‘부모를 위해’ 힐만 감독, MIA 코치직 비하인드 스토리
2018.12.06 14:34:42

 



[OSEN=김태우 기자]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은 SK의 재계약 제안을 고사했다. 팀이 싫어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양친의 병환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족의 병명을 알리는 것은 누구나 꺼리는 일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힐만 감독은 “새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다. 고령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는데, 아버지도 하반신이 좋지 않다”면서 “통계를 보면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의 수명도 짧아진다고 하더라. 아버지도 걱정이 된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아쉽게 작별을 고한 힐만 감독은 SK에서의 공식 행사가 마무리된 직후 출국했다.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과 같이 있기 위해서다. 잠시 일본에서의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으로 건너 간 힐만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자택으로 부모를 모시는 것이었다. 힐만 감독은 현재도 부모님과 함께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 힐만 감독은 내년부터 마이애미의 1루 주루 코치로 활동한다. 마이애미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구단 수뇌부와 말 그대로 ‘절친’ 관계이기 때문이다. 돈 매팅리 감독과는 오랜 기간 함께 한 경력이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도 매팅리 감독과 만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다. 여기에 경영 일선에 있는 데릭 지터와도 양키스 시절 각별한 인연이 있다.

마이애미행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보직은 의문이 붙었다. 한 관계자는 “힐만 감독의 커리어 정도라면 감독까지는 아니어도 벤치코치직은 충분히 제안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힐만 감독은 SK에 오기 전 휴스턴의 현역 벤치코치였다. 하지만 그보다 급이 조금 떨어지는 주루코치로 부임한 것이다. 현재 마이애미에는 힐만 감독을 위한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힐만 감독은 MLB로 돌아간 뒤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벤치코치직 제의를 받았다. LA 다저스, 휴스턴 시절 벤치코치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것이 주효했다. 감독 제의는 없는 상황에서 힐만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이를 주저했다는 후문이다. SK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 힐만 감독은 “부모님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그리고 아쉽게도 벤치코치 제의가 들어온 구단은 텍사스와 너무 멀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힐만 감독은 이에 보직 강등을 감수하면서도 마이애미를 택했다. 코치직 제의가 들어온 팀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까운 곳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마이애미가 어느 구단에서든 다 멀기는 하지만, 텍사스 쪽에서는 그나마 멀지 않다. 오스틴에서도 마이애미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고 했다. 비행기로 3시간 남짓 거리다.

이 정도 거리면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결국 힐만 감독의 마이애미행은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한국을 떠난다”라던 마지막 인사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마저도 안심하지 못한 힐만 감독은 추후 부모님을 아예 마이애미로 모실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명예보다는 가족을 택한 힐만 감독의 행보는 이어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