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훈훈함] "라이벌에 대한 존중" 범가너 위해 커쇼가 시간 끈 사연.txt
2019.09.30 16:16:14
[OSEN=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박준형 기자]5회말 2사 샌프란시스코 범가너가 대타로 등장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OSEN=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상학 기자] “커쇼가 불러서 올라갔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32)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5회말 구원등판, 투아웃을 가볍게 잡은 뒤 갑자기 포수 윌 스미스를 마운드로 불렀다. 타석에는 대타로 들어선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30)가 있었다. 

커쇼가 마운드에서 스미스와 이야기하는 동안 범가너는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범가너는 리빌딩 체제에 들어선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게 유력하다. 

유격수 코리 시거까지 가세, 다저스 마운드에서 대화가 길어졌다. 그 사이 범가너는 감상에 젖은 듯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을 바라봤다. 두 번이나 헬멧을 벗어 답례했고, 오라클파크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커쇼는 7개 공 모두 포심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했고, 범가너는 3루 직선타로 아웃됐다. 

경기 후 스미스는 “범가너가 기립박수 받을 시간을 벌기 위해 커쇼가 나를 불렀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그 일원이 될 수 있어 멋졌다”며 “커쇼와 범가너 사이에는 많은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의 라이벌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좌완 에이스로 10년 넘게 맞서 싸워온 두 선수가 라이벌 예우를 한 것이다. 

커쇼는 “범가너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를 기념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커쇼는 “경기 전 범가너가 농담으로 내가 던질 때 대타로 나설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커쇼는 이닝을 마친 뒤 은퇴하는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에게도 모자 벗어 인사를 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보치 감독과 일부러 두 선수 대결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며 우연히 두 선수의 만남이 이뤄져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waw@osen.co.kr

[OSEN=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박준형 기자]5회말 이닝종료 후 커쇼가 보치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