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선양 기자] "내 동태탕 어딨어?".
이건 거의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독이라 할 만하다. 현대 외국인 투수 캘러웨이(31)는 최근 틈만 나면 동태찌개(본인은 동태탕으로 안다)를 찾는다. 캘러웨이는 지난해 중반부터 조금씩 한국 음식에 맛을 들이더니 올해는 아예 식단의 절반을 한국 음식으로 채우고있다.
외국인들이 즐겨먹는다는 비빔밥 갈비 불고기는 이미 질려서 안먹는다. 최근 들어선 된장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는 물론 전통 한정식인 구절판까지 먹어치우는 토종(?) 식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 에서도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바로 ‘동태찌개’. 팀 식단에 몇 번 오른 적이 있는 동태찌개를 먹어본 후 그는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맛과 생선의 담백한 맛에 푹 빠졌다.
그는 먼저 동태찌개가 끓고 있는 동안 공기밥과 밑반찬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숟가락으로 국물맛을 체크한 후 충분히 우러났다고 생각되면 국물을 밥 에 뿌리고 생선 덩어리와 야채, 두부를 국자로 떠서 국그릇에 옮긴다. 토종 한국인들이 먹는 모습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정성스럽게 생선뼈와 생선의 껍질을 분리해 낸 뒤 알맹이부터 먹기 시작한다. 껍질은 안먹기 때문에 얇은 껍질을 벗기느라 남들보다 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요리를 즐긴다. 대략 동태탕을 다 먹는 걸리는 시간은 40분. 천천히 먹는 대신 동태 건데기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콜라를 마시며 얼얼한 입맛과 생선 냄새를 가시게 한다.
그런데 지난 14일 캘러웨이가 흥분해서 운영팀 엄홍 대리를 찾아왔다. 전날 삼성을 상대로 에이스답게 호투, 기분 좋은 첫 승과 함께 팀의 4연패를 끊은 캘러웨이가 갑자기 섭섭함을 표현했다. "하필이면 팀 식단이 어제 동태탕이었다니! 내 동태탕 어딨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당일 선발 투수는 경기 전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캘러웨이는 동태찌개를 먹지 못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따진 것이다. 농담인 것은 알지만 너무나 섭섭해하는 표정이 맘에 걸린 엄 대리는 "네가 사는 집 옆에 동태탕을 하는 곳이 있다"며 식당 위치를 말해줬다. 그런데 다음날 캘러웨이가 와서 던진 말이 엄대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어제 네가 알려준 집 동태탕은 값은 싸지만 맛이 별로였어"라며 투덜거렸다. 알고보니 캘러웨이가 먹은 것은 동태찌개가 아닌 일반 동태탕이었다. 통상 동태찌개가 비싼 가격의 생태를 원료로 쓰는 반면 동태탕은 얼은 동태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맛이 차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엄대리는 캘러웨이에게 생태찌개와 동태탕의 차이점을 설명해준 뒤 비장의 카드로 동태찌개로 10년간 명성이 자자한 식당으로 캘러웨이를 안내했다. 그리고 주인에게 특별히 주문해서 스페샬 동태찌개(캘러웨이는 동태탕)을 대접했다. 국물맛을 체크한 뒤 곧바로 캘러웨이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여기 맛이 최고다"를 연발하더니 혼자서 2인분의 생선 덩어리를 다 건져 먹었다. 기분이 좋아진 캘러웨이는 사인을 요청하는 주인에게 종이에 큼지막하게 사인을 한 뒤 'No.1 Dong Tae Tang' 이라는 문구까지 서비스 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엄대리에게 말했다. "헤이 대니(엄 대리의 미국명). 혹시 동태 라면은 안 팔아? 혼자있을 때 끓여먹게. 그리고 동태가 영어로 무슨 생선이지? 미국에서 동태탕 안 팔면 내가 낚시라도 해서 먹어야 하니까...". 정말 이 정도면 '동태찌개 환자'임에 분명하다.
한국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어 까다롭지 않고 팀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용병 캘러웨이가 있어 든든한 현대이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해 통역 등이 햄버거, 스테이크 등을 사다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단으로선 이 점이 '용병 관리'의 최대 주안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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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태찌개를 시원하게 먹고 난 후 "동태탕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행복해하는 캘러웨이=현대 유니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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