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美 'KBO덕후'의 삶 "인터뷰 20개·홈피 마비 실화야?"
2020.05.14 10:54:07

한국계 미국인 댄 커츠가 운영하는 MyKBO.net. /사진=홈페이지 캡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인생이 바뀐 이가 있다. 미국의 'KBO 덕후' 댄 커츠(40)다. 영어권에 KBO 소식을 전하는 'MyKBO.net'의 운영자인 커츠는 ESPN이 KBO 리그를 중계하면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ESPN은 13일(한국시간) "커츠는 최근 꿈같은 일을 겪었다. 자신의 사이트가 마비된 것. 메이저리그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KBO 리그는 전 세계 팬들의 야구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커츠도 높은 관심을 받는 권위자가 됐다"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커츠는 KBO 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오래전부터 미국 현지에서 KBO 리그 소식을 전하고 있고, KBO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영입 등에 대한 발 빠른 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트위터 팔로워수가 1만 9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KBO 리그 자체가 '마이너'다.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등이 진출하면서 미국 내에 KBO 리그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인기 있는 리그는 아니다.

상황이 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데 KBO 리그가 문을 열었다. 이에 미국 내 최대 스포츠 미디어로 꼽히는 ESPN이 중계권을 사갔고, 현지 관심이 아주 높은 상태다.

덩달아 커츠도 바빠졌다. 생소한 해외 리그 덕후에서 KBO 리그 전문가로 한순간에 지위가 변했다. ESPN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쇄도하는 중이다. 개막 첫 주에만 20개 매체 인터뷰에 응했다. 홈페이지까지 서버가 다운됐다.

커츠는 "SNS를 통해 홈페이지가 마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ESPN에도 출연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20년 전 사이트를 만들었을 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저 한 명의 팬이다. 스카우트도 아니고, 리그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다. 운 좋게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KBO에 대한 영어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선두에 서게 됐다"라고 더했다.

그렇다면 커츠가 KBO 리그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19살 때 입양아 투어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고, 1년 뒤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 이때 잠실구장을 찾았고, 야구장의 분위기와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후 2003년 사이트를 만들었다.

커츠는 "메이저리그만큼 우수해서가 아니다. 경기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응원, 리그 분위기, 환경 등이 나를 이끌었다. 선수들도 열정적이고, 진중하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커츠와 MyKBO.net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ESPN은 "현재 커츠는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사이트가 계속 느리게 돌아간다. 사이트를 통한 수익은 없는 상태. 메이저리그가 7월에 개막할 경우 관심이 꺼질 수 있다. 이에 서버 확충이 만만치 않다"라고 전했다.

이어 "심지어 현재 커츠가 너무 바빠 결정조차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와 전화 인터뷰를 한 후, 토론토와 피츠버그의 라디오에 출연했다. 다시 HBO 프로듀서와 통화하고, 팟캐스트에 나섰다. 한국 방송에도 나갈 예정이다"라며 커츠의 바쁜 일상을 설명했다.

김동영 기자 raining99@mtstarnews.com
 

기사제공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