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 2배 상승' 집단 불쇼…2년차 징크스인가, 공인구 때문인가
2020.05.14 13:07:31

 

[사진] 이대은-이형범-문경찬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어제오늘 아찔한 경기,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KIA 마무리투수 문경찬은 13일 한화전을 마친 뒤 동료들에게 이렇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지난 12~13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이틀 1점차 세이브를 거뒀지만 역전 주자를 내보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진땀을 뺐다. 12일 경기는 투아웃을 잡은 뒤 볼넷과 안타로 흔들렸고, 13일 경기에선 안타, 볼넷, 몸에 맞는 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아슬아슬했지만 문경찬은 2경기 연속 점수를 주지 않고 1점차 터프세이브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즌 4경기에서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4.50 WHIP 2.00으로 내용이 안 좋다. 문경찬은 마무리 첫 해였던 지난해 54경기 1승2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로 활약했지만 2년차 시즌을 맞아 시작이 험난하다. 

하지만 문경찬은 결과라도 좋았다. 나머지 투수들은 연일 블론세이브, 끝내기 패배에 울고 있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136개였던 블론세이브는 올해 37경기에서 16개나 나왔다. 경기당 평균 0.19개에서 0.43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이브(13개)보다 블론이 더 많은 기이한 상황이다. 리그 구원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15에서 5.57로 치솟았다. 

지난해 시즌 중 마무리로 변신해 17세이브를 거둔 KT 이대은은 5경기에서 세이브 없이 블론만 2개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오재일에게, 12일 창원 NC전에서 나성범에게 동점 홈런을 맞아 연속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13일 NC전도 10회에만 안타 4개를 맞고 2실점하며 끝내기로 패전 멍에. 5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10개를 얻어맞았다. 피홈런도 2개. 볼넷은 고의4구 1개밖에 없지만 폭투 2개로 제구가 불안하다. 최근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대은과 KT 벤치의 충격이 크다. 


[OSEN=잠실, 곽영래 기자] 이대은 /youngrae@osen.co.kr
 

두산 마무리 이형범도 불안하다. 이형범도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로 들어가 19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도 2.66으로 좋았지만 풀타임으로 맞이하는 올해는 시작부터 불안하다. 10일 잠실 KT전에서 9회 강백호와 황재균에게 홈런 두 방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저질렀고, 13일 사직 롯데전도 9회 민병헌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3경기 3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0.80. 

나머지 마무리투수들도 깔끔하지 않다. NC 원종현은 13일 창원 KT전에서 9회 유한준에게 동점 홈런을 내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LG 고우석은 10일 창원 NC전에서 세이브를 올렸지만 1이닝 2피안타 1사구 1실점으로 흔들렸다. SK 하재훈은 지난 6일 문학 한화전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143km로 저하된 채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무리로서 두 번째 시즌이라는 점. 마무리를 비롯해 불펜투수들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시즌마다 기복이 큰 편이다. 매년 꾸준히 잘하는 불펜투수가 많지 않다. 유독 변동성이 큰 특수성이 있다. 한 해 많은 공을 던지면 이듬해 그 여파가 미친다. 빠른 공으로 승부하는 투수들은 구위 저하에 직격탄을 맞는다.

2년차 마무리인 만큼 상대팀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 들어간다. 지난해와 같은 패턴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선수 스스로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다. 문경찬은 “작년에는 욕심 없이 마음 비우고 던졌는데 올해는 의욕이 앞서면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자가진단했다. 

또 하나, 리그에 번지고 있는 ‘공인구 음모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경기당 1.41개였던 홈런이 올해 2.22개로 증가했다. 공인구 반발력이 높았던 2018년(2.44개)에 가깝다. KBO가 지난주 공개한 공인구 1차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모두 합격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나왔다. 공인구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이동한 타자들의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박빙의 상황에서 마무리들은 늘 홈런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고우석을 제외한 2년차 마무리들이 시즌 초반부터 모두 홈런을 1개 이상 허용했다. 지금처럼 홈런이 증가하는 추세라면 이들의 부진이 꽤 오래 갈 수도있다.

 

[OSEN=인천,박준형 기자]9회초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이 송광민 솔로홈런, 김태균 2루타를 허용한뒤 최상덕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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