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타고투저? 급증한 홈런, 공인구 반발계수 때문일까
2020.05.15 10:52:36

[OSEN=잠실, 곽영래 기자]3회말 1사 만루 두산 김재환이 역전 만루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youngrae@osen.co.kr
 

[OSEN=고척돔, 길준영 기자] KBO리그가 시즌 초반 예상하지 못한 타고투저를 겪고 있다.

지난해 KBO는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계수 등을 조정했다. KBO의 대응은 성공적이었다. 공인구 조정 결과 홈런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득점도 감소했다. 

타고투저가 시작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KBO리그에서는 경기당 10.94득점 2.16홈런이 나왔다. 장타율은 0.439에 달했다. 공인구가 조정된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9.09득점 1.41홈런으로 경기당 득점은 16.9% 홈런은 42.2%가 감소했다. 장타율도 0.385로 줄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지난 14일 경기까지 42경기에서 경기당 10.38득점 2.12홈런이 나오고 있고, 장타율은 0.429를 기록중이다. 지난 타고투저 시절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다시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BO는 공인구의 반발계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발표된 2020시즌 공인구 1차 수시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다. 

실제로 공인구 반발계수 변화로 인해 타자들의 타구속도가 더 빨라졌는지는 더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확인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지만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힌트가 될 수 있다. 타구 속도가 빨라지면 자연스레 BABIP도 높아진다. 속도가 빠른 타구는 야수가 잡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5년간 홈런뿐만 아니라 BABIP(0.329)도 역대급으로 높았다.

올 시즌 리그 BABIP는 0.311로 타고투저 시절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지 않다. 오히려 2019시즌(0.310) 수준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타격 지표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살펴보면 타율(지난해 0.267 / 올해 0.272)과 출루율(0.337 / 0.338)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장타율(0.384 / 0.429)만 급격하게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반발계수의 변화가 홈런 급증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타구의 비거리는 공인구의 반발계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최근 대홈런 시대를 맞이한 메이저리그의 경우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아니라 공의 실밥 높이 등이 달라지면서 발생한 항력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타자들의 타격 어프로치 변화도 리그 대다수의 타자들이 동시에 변화를 준다면 리그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진 않다. 만약 타자들이 정확도를 포기하고 장타를 선택했다면 리그 전체적으로 장타가 늘어날 수도 있다. 올 시즌 KBO리그 타자들의 삼진 비율은 18.5%로 최근 10년 중에서 세 번째로 높다. 반면 볼넷 비율 8.2%로 세 번째로 낮다.



[OSEN=고척, 민경훈 기자]1회초 2사 삼성 이원석이 좌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rumi@osen.co.kr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확실히 공이 더 잘 나간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리그가 다시 타고투저가 됐는지는 좀 더 많은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혁 감독은 “작년 공인구라면 투수들은 바깥쪽 공만 잘 던지면 괜찮았다. 밀어친 홈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런데 올 시즌에는 밀어친 홈런도 갑자기 많이 나오고 있다. 팀당 20~30경기를 진행한 이후에도 비슷한 비율이라면 투수들도 전략을 바꿔야할 것 같다”면서 리그 환경이 지난 시즌과 달라졌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다만 손혁 감독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공인구 변화에서 찾는 것은 경계했다. 

손혁 감독은 “우선 지난해 고전했던 타자들이 대비를 잘 한 것 같다. 또 코로나19로 시즌이 늦어진 것이 타자보다는 투수들에게 타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은 라이브피칭, 연습경기, 시범경기, 정규시즌 단계를 거칠 때마다 구속과 구위를 끌어올린다. 그런데 청백전 단계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구속과 구위가 100%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지나친 타고투저를 잡아내는데 성공한 KBO는 올해 다시 예상치 못한 홈런쇼에 당황하고 있다. 과연 매일 터지고 있는 홈런은 공인구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원인이 있은 것일까. /fpdlsl72556@osen.co.kr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