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져야 할 한동희, 고난을 극복하는 잡초가 되어야 한다
2020.05.15 12:55:27

[OSEN=수원, 민경훈 기자]8회초 1사 주자 1루 롯데 한동희가 우익수 앞 안타를 날리고 있다. /rumi@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이제는 정말 단단해져야 한다. 모두의 기대를 받고 기회까지 전폭적으로 주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롯데 자이언츠 3년차 내야수 한동희는 결국 한 단계를 올라서지 못한 채 여전히 지난 2년과 같은 성장통이 반복될 법한 분위기다.

한동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완전히 바뀐 구단의 체제 하에서 다시금 기회를 받았다. 군 입대 등의 다양한 갈래로 새로운 모멘텀을 찾았고, 일단 올해 허문회 감독 체제 아래에서 성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새롭게 부임한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모두 한동희의 재능과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었고, 면담도 거쳤다. 구단의 새로운 시스템 속에서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 동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담감, 그리고 본의 아니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 등의 복합적인 상황이 한동희의 성장을 억압하는 족쇄라고 분석했다.

올해 한동희는 허문회 감독의 철학을 흡수하면서 단순하면서 과감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야구에 접근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있었다. 주위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타격폼을 수정했고, 김민수, 신본기 등과의 3루 경쟁 체제 속에서도 좀 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허문회 감독도 전폭적으로 지지를 했다.

정규시즌이 개막을 했고, 개막전이던 KT전에서 한동희는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실책을 안할 수는 없다. 다른 선수들이 실수를 채우면 된다. 자신감을 가지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며 그를 두둔했다. 이후 경기들에서는 타석에서 적시타도 뽑아내는 등 실책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두산과의 3연전에서 한동희는 다시금 주눅이 들었다. 타석에서의 부진, 수비에서의 실책이 그를 쳇바퀴 속에 가두게 됐다. 지난 14일 사직 두산전은 한동희가 자신을 가둬놓은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2-0으로 앞서던 2회초 1사 2루에서 김재호의 다소 느린 땅볼 타구에 송구 실책을 했다. 3루로 뛰던 2루 주자에 시선이 뺏겨 우왕좌왕했다. 무리하게 태그를 시도해 병살타를 솎아내려는 무리한 시도를 했다. 결국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실점을 했고, 이후 동점까지 연결됐다. 이 실책 하나가 경기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한동희는 실책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2-3으로 뒤지던 6회말 2사 1,3루의 기회에서 8구 승부까지 끌고갔지만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8회말 4-7로 다시금 추격하던 시점에서도 2사 2루 기회에서 삼진을 당했다. 3연전 동안 결정적 실책 1개, 그리고 타석에서는 12타수 1안타 삼진 4개라는 기록을 남겼다.

앞선 2년간의 패턴을 살펴보면 자신감을 찾을만하면 실수가 나왔고, 공수에 모두 악영향을 주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이후 2군으로 내려 갔고 이따금씩 1군 콜업이 되어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한동희는 앞선 2년 간 반복됐던 악순환의 징후와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 아직 3년차이기는 하지만, 그를 향해 구단과 주위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힘이 빠지는 현재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과도한 부담감을 스스로 가질 필요는 없다. 기대는 여전하지만 한동희의 선배들이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허문회 감독도 과거의 실수가 만든 결과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현재의 상황,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 더 이상 한동희 스스로 조급해하고 흔들릴 필요가 없는 환경이다.

한동희가 더 이상 홀로 비를 맞지 않도록 사령탑과 선배들이 모두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데 그 우산을 스스로 걷어낼 필요는 없다. ‘우산 효과’를 통해 성장통 없이 자신만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만큼 모두가 한동희가 단단해지고 레벨업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도와주고 있다. 

계속 성장통에 좌절한다면 결국 ‘1차 지명’ 잔혹사의 오명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정체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젠 실수와 고난에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잡초같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온실 속의 화초로만 머무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 /jhrae@osen.co.kr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