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된 선수가 다시 뛴다? MLB 전통 파괴 '승부치기' 검토
2020.06.21 17:18:48
[OSEN=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 최규한 기자] 다저스 A.J. 폴락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dreamer@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가 승부치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자동 고의4구, 마운드 방문 제한, 최소 3타자 의무 상대 등 지속적으로 규칙 변경을 해온 메이저리그가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 중 교체로 빠진 선수가 연장전에 재투입되는 파격적인 규칙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사상 첫 무승부 경기를 고려하고 있으며 최소한 연장전 형식을 바꿀 것이다’고 전했다. USA투데이가 입수한 제안서에 따르면 9회가 끝난 뒤 매 이닝 주자를 2루에 두고 시작하는 ‘승부치기’ 도입에 합의했다. 득점 주자는 비자책점 처리. 단, 포스트시즌 경기는 기존 방식으로 치른다. 

선수노조는 2020시즌에만 승부치기 제도에 동의했지만 사무국은 내년 이후에도 승부치기를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마이너리그는 지난 2018년부터 연장전에 들어가면 무사 2루 상황에서 이닝을 시작하는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도 이를 시행했다.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서도 무사 1,2루 상황에서 승부치기로 연장전 승부를 가렸다. 야구 인기의 저해 요소인 긴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끝장 승부’를 고수해온 메이저리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 승부치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급여 지급 문제로 협상에 진전이 없는 사무국과 선수노조이지만, 승부치기를 비롯해 규칙 변경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연장전 선수 교체 규정. 정규이닝 도중 교체로 빠진 선수가 연장전에 다시 투입될 수 있는 ‘교체 선수의 재출전’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빠진 선수는 그 경기에 다시 뛸 수 없는 게 야구의 오래된 규칙이다. 이마저 승부치기와 함께 도입된다면 야구의 전통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짧은 기간 시즌을 진행해야 하는 올해 메이저리그는 다양한 규칙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과 포스트시즌 진출팀 16개 확대는 이미 합의됐다. 나아가 승부치기와 교체 선수 재출전까지 허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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