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는' 초보감독, '공개하는' 베테랑감독...“팬들 궁금증 알려줘야지”
2020.07.03 12:51:16
[OSEN DB] 경기 시작 전 KT 이강철 감독-LG LG 류중일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EN=잠실, 한용섭 기자] “전략 노출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팬들의 궁금증을 미디어를 통해 알려줘야 한다.”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 상대로 브리핑 시간에 팀 내 상황, 부상자 상태, 선발 로테이션 등 선수 운용 등에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트레이드나 용병 교체 등 극비리에 진행되는 일은 제외하곤 막힘없이 공개하는 스타일이다. 

류 감독은 2일 잠실 KT전에 앞서 1군 엔트리 변동을 알리며 주말 경기 대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야수 이재원이 빠지고, 포수 박재욱이 1군에 등록됐다. 류 감독은 “주말 삼성 3연전에 상대 왼손 선발 3명이 들어오는 거 같더라. 삼성전에 (우타자)유강남을 지명타자로 한 번 쓸까 해서 포수 1명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부상자 등 세세하게 공개하는데 혹시 전략 노출은 걱정되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 류 감독은 “전략 노출이라고 생각 안해서 다 이야기 한다. 부상 선수들의 상태 등 팬들이 궁금해 할 내용은 이야기 해줘야 하지 않나. 미디어 시대에 너무 숨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예전에는 감독들이 대체로 숨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숨겨도 대부분 다 안다. 미디어를 통해서 팬들에게 알려주고 소통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다 공개하나, 앞으로 이야기 하지 말까요"라고 웃었다. 

뒤이어 이강철 KT 감독도 취재진 브리핑에서 이틀 전 밝힌 향후 선발 로테이션을 수정해서 공개했다. 소형준에 이어 배제성도 한 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돼 10일 넘게 휴식을 줄 계획. 이 감독은 “엊그제 날짜 계산을 잘못하고 말했다. 배제성은 다음 주 화요일에 한 번 더 던지고 말소된다. 조병욱이 두 어 번 선발로 던지고, 그래야 (소형준이 복귀하고)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알려주면 안 되는데"라고 웃으면서도 다 공개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염경엽 SK 감독은 경기 복기나 팀 운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민감한 내용도 일단 얘기한 후에 '대신 기사화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호탕한 성격처럼 브리핑에서도 거침없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OSEN=지형준 기자] 경기에 앞서 롯데 허문회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반면 올해 팀을 처음 지휘하는 초보 감독들은 선수단 운영에 관해 비밀이 많은 편이다. 취재진의 질문에 속시원하게 공개하기 보다는 숨기는 내용들이 많다. 

일례로 허문회 롯데 감독은 6월 16일 정훈의 복귀 시점을 묻는 취재진에게 "기존 선수들이 경기 전에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정훈은 왼쪽 내복사근 파열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6월 16일 2군 경기에 출장했기에 복귀 시점이 임박했고, 궁금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답변을 회피한 허 감독은 바로 다음날 정훈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하루 뒤에 있을 엔트리 변동마저도 숨길 정도였다. 동료의 엔트리 변동에 멘탈이 흔들린다면 프로 선수로서 자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허삼영 삼성 감독은 부상자가 속출한데다 하위권에 있던 6월 초순에는 부상 선수들의 회복과 복귀 시점에 대한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만 반복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선발 라인업이 제일 궁금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해 브리핑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경기 전 뿐만 아니라 경기 후에도 감독(승리팀, 패배팀 모두)은 공식 기자회견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KBO리그는 경기 전 브리핑만 있다. 경기 후에는 승리팀 감독만 구단 홍보팀을 통해 멘트를 짧게 전달한다. 패배팀 감독은 멘트마저도 부담될까봐 수년 전부터 없어졌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