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암흑기 '한 줌의 빛' 송창식, 한화 은퇴식 자격 충분하다
2020.07.15 15:05:55

 

[사진] 한화 송창식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개막 13연패로 시작한 2013년 한화는 ‘신생팀’ NC에도 뒤처졌다. KBO리그 최초의 9위 팀으로 암흑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때 당시 한화의 몇 안 되는 빛과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투수 송창식(35)이었다. 

한화가 개막 13연패를 끊은 그해 4월16일 대전 NC전. 송창식은 선발투수 데니 바티스타에 이어 6회 2사부터 구원등판, 9회 마지막까지 책임지며 3⅓이닝 40구 무실점 세이브로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해 송창식은 마무리로 활약하며 4승20세이브를 거뒀다. 그해 한화가 거둔 42승 중 무려 24승이 송창식이 나선 경기였다. 

2013년 한화의 마지막 경기였던 10월5일 대전 넥센전에도 송창식이 1⅔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1점차 리드를 지켰다. 당시 넥센과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2위 싸움을 하던 LG 팬들이 잠실구장에서 대전구장에서 던지는 송창식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한화가 가장 처절하게 싸웠던 2015~2017년에도 마운드에는 늘 송창식이 있었다. 선발, 중간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나섰다. 이 기간 193경기에서 280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등판 3위로 100경기 이상 나온 63명의 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송창식보다 많이 던진 투수는 주로 선발로 나선 장원삼(282⅓)이었다. 

 

[OSEN=청주, 최규한 기자]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 kt 정현을 상대로 한화 투수 송창식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dreamer@osen.co.kr



그렇게 불꽃을 태운 송창식은 2018년부터 구위 저하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간 2018년 1군 12경기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2019년에는 1군에 딱 하루, 1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올해는 아예 1군에 없었다. 2군 2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FA 자격에 3년째 한 시즌을 남겨놓고 은퇴를 한 것이다. 

청주 세광고 출신으로 지난 2004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그해 8승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버거씨 병으로 2008년 만 23세에 1차 은퇴를 했다. 모교 세광고에서 코치를 하다 병이 치유됐고, 2010년 한화로 돌아왔다.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많은 팬들에 감동을 줬다. 

1차 은퇴 때는 소리 소문 없이 그만뒀지만 2차 은퇴는 다르다. 한화 구단은 송창식의 그동안 팀 기여와 헌신을 높이 평가, 향후 관중 입장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은퇴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1군 통산 431경기 43승41패22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5.31. 성적만 보면 은퇴식을 할 만큼 뛰어나지 않지만 야구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은퇴식을 가진 선수는 모두 88명. 한화 구단에서 은퇴식을 마련한 선수는 1997년 이강돈, 2001년 이상군, 2003년 강석천, 2005년 한용덕, 장종훈, 2009년 정민철, 송진우, 2010년 김민재, 구대성, 이영우, 2013년 신경현에 이어 송창식이 12번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줌의 ‘빛’이었던 송창식에겐 은퇴식 자격이 충분하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송창식이 기뻐하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