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얻은 ‘20세’ 토종 선발, 서준원에 필요한 패기
2020.08.04 15:16:50

 

[OSEN=고척, 곽영래 기자]1회말 롯데 서준원이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대형 유망주를 얻고, 육성하는데 역량이 부족했던 롯데가 15년 만에 얻은 ‘토종 선발’투수 서준원이다.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서준원(20)에게 필요한 것은 기교가 아닌 패기다.

서준원은 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서준원은 데뷔 초반 불펜으로 몇 경기 나선 뒤 줄곧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에는 아예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개막시리즈에 나서며 구단의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준원도 이러한 구단의 기대에 증명하는 투구 내용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현재 서준원의 기록은 아쉽다. 13경기 4승4패 평균자책점 5.29, WHIP 1.50, 피안타율 2.97, 삼진/볼넷 비율 1.70을 기록 중이다. 

5월 5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4.23, 6월 4경기 1승 평균자책점 3.43으로 안정세를 이어가던 서준원이었지만 7월 등판한 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9.56으로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특히 6월 말 이후 2년차 영건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위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후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하다. 최근 3경기 모두 패배를 당했고 4이닝 이하를 기록했다. 모두 투구수가 평균 이상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최근 3경기 투구수는 91구(4이닝)-83구(3이닝)-74구(3이닝)이다. 모두 이닝 당 2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이 기간 풀카운트 승부만 11차례를 펼쳤다. 투구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서준원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과감한 승부 보다는 변화구 등 기교를 바탕으로 타자들을 꾀어내기 위한 투구 패턴이었다. 15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포심보다는 투심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패스트볼, 결정구로 활용해야 하는 변화구의 구사 빈도가 반대가 되는 투구패턴이 반복됐다. 제 꾀에 빠지기 시작한 셈이다. 

서준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노련함, 기교보다는 패기다. 패스트볼의 구위를 믿고 자신있는 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다. 패스트볼이라는 강점이 사라진 서준원은 그저 그런 어린 투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만 20세 이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한, 롯데의 영건 투수 역사는 손에 꼽는다. 1992~1993년 염종석(58회), 1994~1996년 주형광(85회), 2004~2005년 장원준(42회), 그리고 서준원이다. 서준원은 장원준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선발 등판을 하고 있는 20세 이하 투수다. 지난해 19세 시즌부터 올해까지 29차례 선발 등판했다. 

그만큼 서준원을 향한 기대는 크다. 서준원이 이제는 그 기대를 조금 더 만족시키고 증명해줘야 한다. 그 증명은 과감하면서도 패기 있는 투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