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제2의 유희관 떴다, 꿈을 이룬 20세 '대구 토박이'
2020.10.20 11:05:18

[OSEN=김성락 기자] 삼성 선발 이승민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l0919@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삼성 신인 좌완 투수 이승민(20)은 고교 시절 ‘대구고 유희관’으로 불렸다. 174cm 작은 키에 볼 스피드도 빨라야 130km대 초반이지만,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전체 35순위로 고향팀 삼성에 지명돼 프로에 입단했다. 

올 시즌 2군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10선발) 7승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다. 60⅔이닝 15볼넷으로 9이닝당 2.2개에 불과한 제구력이 좋았다. 1군에서 대체 선발이 필요할 때마다 부름을 받았다. 

1군 데뷔전이었던 지난 6월13일 대구 KT전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4⅔이닝 6피안타 7볼넷 3탈삼진 5실점 패전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군으로 내려간 뒤 선발 수업을 쌓은 이승민은 지난달 29일 대구 경기에서 아픔을 안겨준 KT를 다시 만나 4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마침내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5⅔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깜짝 호투로 한화 타선을 눌렀다. 삼성의 5-4 승리와 함께 이승민은 잊을 수 없는 첫 승 감격을 누렸다. 최고 136km, 최저 130km 느린 직구(46개)에도 슬라이더(26개) 체인지업(17개) 커브(12개)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던졌다. 체인지업을 결정구 삼아 삼진 3개를 뺏어냈다. 

경기 후 이승민은 “야구한 이후 최고로 기분 좋다. 5회까지만 던지고 교체될 줄 알았는데 정현욱 코치님이 ‘공 좋다. 한 이닝 더 가자’고 말씀해주셔서 6회말에도 올라갔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퀄리티 스타트인데 그게 아쉽다”며 “6회초 강민호 선배님의 역전 만루 홈런이 터졌을 때 오늘이 첫 승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대구고 시절 이승민 /OSEN DB

이날 이승민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6km에 불과했다. 시즌 평균 직구 구속도 131km로 리그 평균(142km)보다 10km 넘게 느린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의 직구 평균 구속(129km)보다 조금 빠른 수준. 아직 만 20세로 젊은 나이라 구속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승민은 욕심내지 않는다.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투수 조련사로 유명한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퓨처스 감독은 이승민에게 “직구를 빠르게 던지려고만 하지 마라. 빨라 보이게 만들어라”고 주문했다. 이승민은 “구속 상승에 욕심이 있었지만 오르지 않았다. 오치아이 감독님 말씀대로 변화구를 섞어 완급 조절을 하며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데 주력했다며 “투구 템포도 2군에서 연습해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구 토박이’ 이승민에게 고향팀 삼성 입단은 꿈만 같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삼성 경기를 많이 보러갔다. 대구 야구장 분위기가 좋아 야구가 재미있었다. 꿈에 그리던 팀에 와서 너무 좋다. 생각만 하던 것을 실제로 하고 있어서 영광이다. TV 중계로만 보던 선배님들이 옆에 있으니 신기하다”며 기뻐했다. 

첫 승 꿈을 이룬 이승민은 “유희관 선배님처럼 좋은 기록을 세우며 꾸준하게 잘해보고 싶다”며 롱런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희관은 2013~2019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꾸준함을 발휘했다. 올해도 9승을 기록 중인 유희관은 이강철(10년), 정민철, 장원준(이상 8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waw@osen.co.kr

[OSEN=지형준 기자] 삼성 이승민/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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