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주권의 연봉 조정, 불펜투수 가치 재평가 계기되나?
2021.01.25 11:37:44

[OSEN=고척, 김성락 기자] KT 주권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l0919@osen.co.kr


[OSEN=길준영 기자] 연봉조정을 신청한 KT 위즈와 주권(26)의 연봉 조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KBO는 25일 오후 2시 연봉 조정위원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KBO리그 선수가 연봉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2년 이대형 이후 9년만,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2011년 이대호 이후 10년만이다. 

주권은 지난 시즌 77경기(70이닝)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했다. 리그 홀드, 출장경기 1위를 차지했으며 선발등판이 없는 전문 불펜투수 중에서는 세 번째로 많은 이닝(70)을 소화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친 주권은 2021시즌 연봉으로 2020시즌 연봉(1억 5000만원)보다 1억원이 인상된 2억 500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3000만원 적은 2억 2000만원을 최종 제안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3000만원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성적을 본다면 주권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 주권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2019년 잠재력을 터뜨리며 71경기(75⅓이닝) 6승 2패 2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9로 활약했다. 2년 연속 훌륭한 성적을 거두면서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올라선 모습이다. 

반면 KT 입장에서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선발투수에 비해 불펜투수가 저평가 받는 야구의 특성과 구단의 연봉 고과 시스템의 구조상 불펜투수들에게 만족스러운 연봉을 제안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KT는 현재 불펜투수들의 고과 시스템을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마무리투수를 제외한 불펜투수들은 생각보다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2019년 KBO리그 최초로 40홀드를 달성한 김상수(SK)는 다음 시즌 3억원을 받았고, 33홀드로 홀드 2위를 기록한 서진용(SK)은 2억원에 연봉 협상을 마쳤다. 김태훈(SK, 2억 4000만원), 조상우(키움, 2억원), 한현희(키움, 2억 9000만원), 진해수(LG, 2억 5000만원), 박준표(KIA, 1억 1000만원), 윤명준(두산, 2억 1000만원) 등 다른 리그 상위권 불펜투수들도 연차에 따라 각자 다른 수준의 연봉을 받았지만 3억원을 넘긴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KBO는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이에 대한 기간 및 지속성, 선수의 성적에 의거한 공식 수상 경력과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그리고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을 상대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라며 연봉 조정에 필요한 판단 근거를 미리 밝혔다. 

주권의 연봉 조정은 결과에 따라 향후 KBO리그 불펜투수들의 가치를 새롭게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