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번스 마지막 승리투수' 박종훈, “아쉽다! 또 새롭게 잘 해야죠”
2021.01.27 22:03:18

[OSEN=최규한 기자] '잠수함 투수' 박종훈.
 

[OSEN=홍지수 기자] “마지막 승리투수가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이 매각됐다는 소식에 선수단은 동요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2021년 제주도 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핵잠수함’ 투수 박종훈(30)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그룹의 적극적인 투자 계획 등 기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적지 않은 시간 SK 와이번스 선수로 뛴 만큼 아쉬운 마음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듯하다.

2020년 10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은퇴 경기를 한 윤희상이 1회초 선두타자 홍창기를 상대한 후 사실상 선발투수였던 박종훈이 등판했다. 

박종훈은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오지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 후 홍창기에게 도루를 허용하고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실점을 했지만 박종훈은 더는 실점 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박종훈은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SK 와이번스는 3-2 승리를 거뒀다. 박종훈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2020시즌 13승 11패로 kt 위즈 신인 소형준과 함께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박종훈은 OSEN과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에는 15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현역으로 뛰는 동안 SK 와이번스에서 100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박종훈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됐다.

2021년 1월 26일. 신세계 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터졌다. SK 와이번스 야구단의 지분 100%를 갖고 있던 SK텔레콤은 매각 결정을 내렸다. SK 와이번스 구성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최근 2021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산에 오르는 등 부지런히 새로운 시즌 준비를 하고 있던 박종훈은 자신이 지난 2010년부터 몸 담았던 팀이 매각되고, 새로운 기업이 인수한다는 소식에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OSEN에 “아쉽다. SK 와이번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색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얼떨떨하다. SK에서 15년 뛰고 싶었고 ‘원팀 100승’을 이루고 싶었는데…”라며 못내 아쉬워 했다.

박종훈은 "새로운 팀에 잘하겠다. 열심히 해야죠"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SK 와이번스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물건너 갔지만, 새로운 팀 역사에서 첫 100승 투수가 될 수 있다는 목표를 다시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2011년부터 프로 1군에서 던지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8시즌을 뛰며 개인 통산 62승 60패를 기록 중이다. 2021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38승을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터뷰 끝무렵 “그럼에도 아쉽지 않겠나. SK 와이번스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물건너 갔다. 그래도 SK 와이번스 역사에서 박종훈이 마지막 승리 투수가 아닌가”하고 위로하자 박종훈은 “SK 와이번스 역사에서 마지막 승리투수라고 생각하니 또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 톤은 가라앉았다. 새로운 출발에 의지를 보이면서도 자신이 SK 와이번스 선수로 뛰었던 지난 추억에 깊이 잠겼다.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