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못 먹어 서러웠던 박찬호, "김하성 귀에서 피 나도록 얘기할 것"
2021.02.24 20:00:45

 

[사진] 박찬호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48) 샌디에이고 특별 고문이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김하성(27)의 ‘특급 도우미’를 자처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24일(이하 한국시간) 파드리스 구단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박찬호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지난 19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구자’ 박찬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하성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박찬호는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훈련을 마친 뒤 샤워실에서 동료의 등을 밀어주려 한 것이다. 한국에선 서로 등을 밀어주는 문화가 있지만 미국은 달랐다. 이런 문화 차이부터 미국에서 새로 적응해야 할 게 많다. 

박찬호는 “김하성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해줄 것이다”며 웃은 뒤 “김하성의 귀에서 피가 나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그가 빠르게 적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 구장에선 스스로 해야 하지만 구장 밖에선 가족처럼 지원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며 도우미를 자처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박찬호는 언어 장벽뿐만 아니라 음식 문제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몸에 밴 김치와 마늘 냄새에 미국 동료 선수들이 킁킁 대며 놀리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박찬호는 한동안 김치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 

 

[사진] 2014년 다저스에서 시구를 했던 박찬호 /OSEN DB



그때를 떠올린 박찬호는 “한식을 먹을 때마다 미국 선수들은 나쁜 말을 했다. 경기장에서 한식을 먹지 못해 힘들었다. 김치 한 조각이 그 당시 내겐 큰 스테이크보다 좋았다.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나는데 그들은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모두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들은 단지 그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며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미국인들은 아시아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으로 박찬호는 김하성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랐다. 다저스 시절 피터 오말리 구단주에게 도움을 받았던 박찬호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의 지원을 등에 업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세이들러 구단주와 좋은 단장, 감독, 선수들이 있다. 그들은 어리고 친절하다. 불편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결정하기 더 쉬웠던 이유다. 세이들러는 한국에서 온 선수와 또 다른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목표로 세운 것에 대해서도 박찬호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라고 힘을 실어주며 “김하성을 가르친 친구로부터 이 아이가 얼마나 위대한지 말해주곤 했다. 김하성은 절대 지치지 않는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훈련을 한다. 잘 못하면 타격 연습과 영상 시청을 하며 몇 시간씩 머문다. 이기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멈추지 않는다도 들었다. 그래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로 그의 열정과 의지를 높이 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