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된 두산 90트리오, “솔선수범해야 어린 선수들이 배우죠”
2021.03.08 20:29:17

 

 

[OSEN=이후광 기자] 악동에서 어느덧 리더로 성장한 두산 베어스 1990년생 트리오가 2021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나란히 두산 잔류를 택한 허경민, 정수빈은 당시 “두산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게 됐으니 90년생 친구들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많은 후배들을 이끌면서 가겠다”는 남다른 계획을 전했다.

90트리오를 이루는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는 올해로 벌써 31살이 됐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서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고 그 동안 악동, 활력소, 비타민과 같은 역할만 해왔다면, 올해는 멘토이자 리더라는 새 롤을 부여받고 시즌을 준비 중이다. 맏형 반열에 있던 오재일(35), 최주환(33)이 각각 삼성과 SSG로 떠나며 책임감은 더욱 커진 상황. 오재원, 김재호, 유희관, 김재환 등 베테랑들이 여전히 많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바로 이들이다.

지난 울산 캠프에서 만난 허경민은 “앞으로는 우리가 누구에게 의지하는 게 아닌 스스로 팀에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며 “물론 형들이 떠나 슬프지만, 계속 슬픔을 갖고 있다면 형들 대신 들어온 동생들이 힘들어할 수 있다. 그들에게 두산이 좋은 팀이란 걸 인식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OSEN=잠실, 이대선 기자]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2회초 1사 2루에서 두산 정수빈이 우월 투런 홈런을 치고 허경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sunday@osen.co.kr



실제로 90트리오는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한 강승호, 박계범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같은 내야수인 허경민의 역할이 크다. 허경민은 “두 선수 아직은 조용한 성격인 것 같다”며 “그러나 야구할 때만큼은 밝아야 야구를 잘할 수 있다. 나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들의 적응을 위해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있다”고 노력을 전했다.

허경민은 최근 강승호, 박계범을 비롯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내야수들을 향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건넸다. “너희들이 지금 당장, 오재일, 최주환이 될 순 없겠지만, 노력에 따라 그런 시간이 올 수 있다”며 “좋은 선수가 되면 부와 명예가 모두 따라오니 지금의 시간을 좋은 시간이라 생각하고 실력을 키웠으면 하는 게 형의 바람”이라는 메시지였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는 출신학교, 지명순위에 데뷔 시기까지 모두 달랐지만, 서로 의지하며 두산에서만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다. 아기 곰에서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90트리오는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리더가 돼 새로운 두산 왕조를 구축하려 한다.

허경민은 “우리가 사실 장군도 아니고 팀을 이끈다는 말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솔선수범하면 어린 동생들이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고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몸은 조금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겠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게 앞으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