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감독을 공포에 떨게 한 투수 "공이 귀 옆으로 날아와"
2021.03.13 10:13:56

 

 

[사진] 롭 디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타석에서 항상 긴장했다.”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1987~2003년 17년간 통산 378홈런을 터뜨렸다. 1994년 내셔널리그 홈런왕(43개)에 올랐고, 6차례 올스타와 4차례 실버슬러거 및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런 윌리엄스 감독을 공포에 떨게 한 투수가 있었다. 1990년 신시내티 레즈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던 우완 투수 롭 디블(57)이 그 주인공. 디블을 상대할 때마다 윌리엄스 감독은 타석에서 움찔움찔했다. 

그는 “내가 상대한 선수 중 가장 무서운 투수가 디블이었다. 타석에서 항상 긴장하곤 했다”며 “공을 강하게 던지는 투수였다. 릴리스 포인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날에는 공이 귀 옆으로 날아오기도 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공에 맞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윌리엄스 감독은 디블과 통산 15차례 맞대결에서 15타수 1안타 타율 6푼7리에 그쳤다. 볼넷 없이 삼진만 9개를 당할 정도로 속수무책. 윌리엄스 감독이 사구 공포증을 느꼈지만 몸에 맞는 볼은 없었다. 

1988년 신시내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디블은 199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밀워키 브루어스를 끝으로 7시즌만 뛰었다. 팔 부상으로 일찍 은퇴했지만 통산 385경기 모두 구원등판, 27승25패89세이브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645개를 기록하며 특급 불펜으로 활약했다. 1990~1991년 2년 연속 올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0년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1승1세이브를 거두며 9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4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도 디블의 차지였다. 

 

[사진] 롭 디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92년에는 최고 101마일(약 163km)을 뿌리며 놀란 라이언 이후 최고 강속구 투수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1991년에는 어렵게 세이브를 거둔 뒤 화난 마음에 2층 관중석까지 던진 공이 불운하게도 여성 관중을 맞히기도 했다. 당시 4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1000달러 제재를 받았다. 당시 피해 관중은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디블은 사과의 의미로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듣기도 했다. 

같은 해 스퀴즈 번트를 대고 1루로 뛰는 타자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공을 던져 즉시 퇴장 당했다. 1992년에는 루 피넬라 당시 신시내티 감독과 클럽하우스에서 몸 싸움하는 모습이 TV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고, 스포츠토크쇼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윌리엄스 감독이 별안간 디블 이야기를 꺼낸 건 강속구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였다. 최근 KBO리그에 고우석(LG), 안우진, 장재영(이상 키움) 등 젊은 파이어볼러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에선 93마일(약 150km) 정도는 강속구라고 보지 않는다. 95마일(약 153km) 이상은 돼야 한다. 리그마다 상대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 160km를 던지는 투수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100마일을 찍은 ‘원조 파이어볼러’ 놀란 라이언과도 맞붙은 바 있다. 윌리엄스 감독이 신인으로 데뷔할 때 라이언은 40살 노장이었지만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휩쓸 만큼 위력을 뽐냈다. 윌리엄스 감독은 “94마일 정도 던진 것 같은데 어릴 때라 그런지 1000마일처럼 느껴졌다”며 웃어보였다. /waw@osen.co.kr

[사진] 선수 시절 윌리엄스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