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불펜으로 ML 데뷔 유력, 친구 김광현도 그렇게 시작했다
2021.03.15 07:09:17

[OSEN=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이사부 통신원]첫 등판을 앞두고 양현종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 /lsboo@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불펜이면 어떤가.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시범경기 두 번째 기회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며 꿈의 무대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양현종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서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데뷔전이었던 8일 LA 다저스전보다 볼배합, 경기 운영 등이 한층 노련해졌다. 다저스를 만나 1이닝 동안 21개를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1실점한 양현종은 이날 1이닝을 더 던졌는데 투구수는 20개로 1개가 오히려 줄었다. 삼진은 2개를 더 잡았고, 실점은 없었다. 커브 구종을 늘린 가운데 좌타자 상대 몸쪽 높은 직구와 떨어지는 변화구 제구가 일품이었다.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후 현지 화상인터뷰를 통해 “양현종이 정말 좋았다. 모든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볼카운트 싸움을 잘했다. 브레이킹볼을 결정구로 이용해 삼진도 3개나 잡았다”고 흡족해했다.

양현종은 지난달 13일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합류 때만 해도 낯선 환경, 정보의 부족,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했지만,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 그리고 두 차례의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꿈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특히 이날 두 번째 등판을 통해 우드워드 감독의 신임을 확실히 얻었다.

우드워드 감독은 “좌투수가 좌타자를 잡는 건 메이저리그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양현종은 좌타자를 상대로 볼카운트 싸움을 잘했다. 브레이킹볼 삼진도 돋보였다. 특히 좌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OSEN=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 박준형 기자]2회초 세인트루이스 선발 김광현이 힐만 전 SK 감독이 마이애미 3루 코치가 보는 가운데 역투하고 있다/ soul1014@osen.co.kr


사령탑이 꼽은 양현종의 또다른 장점은 신인답지 않은 여유. KBO리그, 국제대회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빅리그 적응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드워드 감독은 “동네야구를 하는 느낌으로 전혀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투구했다. 미국 첫 캠프라 긴장할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시작이 좋다. 계속 양현종의 투구를 보고싶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기세라면 그토록 바랐던 메이저리그 입성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을 “로스터 합류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후보들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선발투수 바로 뒤에서 롱릴리프를 수행하거나 불펜투수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많은 이닝을 꾸준히 소화한 선수라 이닝 걱정은 없다”고 구체적인 보직을 언급했다. 보직이 선발이 아닌 불펜이지만, 양현종은 애초에 빅리그 데뷔만을 목표로 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또한 불펜으로 출발해 선발진으로 승격된 코리안리거의 사례도 있다. 주인공은 1년 먼저 미국으로 건너간 동갑내기 친구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물론 김광현은 양현종과 달리 처음부터 정식 계약을 맺었지만, 정보의 부족, 치열한 경쟁 등 최초 조건은 비슷했다. 시범경기 호투를 통해 자신을 알린 김광현은 마무리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선발로 보직을 바꿔 평균자책점 1.62의 호투를 펼쳤고, 그 결과 2년차인 올해 일찌감치 3선발 자리를 보장받았다.

양현종은 다음 등판서 3이닝을 던진 뒤 개막 직전까지 4~5이닝을 소화할 정도의 몸을 만들 계획이다. 남은 스케줄을 무사히 소화한다면 개막 로스터 진입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예상 보직이 불확실하지만, 사람 일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1년 전 친구처럼 실력을 입증한다면 양현종도 자리를 잡지 말란 법이 없다. 결국 양현종 스스로에게 꿈의 실현 여부가 달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