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전쟁] '도발은 롯데가 먼저?' 롯쓱대전으로 번진 야구단&마케팅 전쟁.txt
2021.03.31 20:30:18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의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사진= 뉴스1

 

롯데와 신세계가 오는 4월 3일 프로야구 개막전으로 첫 라이벌 대결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양사의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야구를 넘어 본업인 유통에서도 승리해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대규모 마케팅 전쟁을 예고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동시에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한다. 롯데마트는 창립 23주년 기념 할인행사를 한 달 동안 진행하기로 했고, 이마트는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 창단을 기념하기 위해 '랜더스데이' 할인 행사를 나흘 동안 연다.

유통업계 거물인 양사가 이렇게 경쟁적으로 할인행사를 시작한 이유는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프로야구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3일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개막전을 앞두고 양사의 본업인 유통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먼저 도발을 시작한 것은 롯데다. 롯데마트는 지난 29일 오후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이마트를 자극했다. 실제 롯데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신선식품·와인·ESG상품 등 총 2000여개 품목을 1000억원 규모로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창립 23주년 맞이 역대급 규모의 할인행사다. 야구도 질 수 없지만 본업인 유통에서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행사 기간 중 계열사 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데다 개막전 대결 상대가 유통 경쟁사(이마트)로 결정됐다"며 "이에 야구에 이어 마트 대결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 창립 23주년을 맞아 역대급 라인업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이마트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롯데를 저격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0일 새벽 SNS 클럽하우스를 통해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시킬 거라 걔네(롯데)가 우리를 울면서 쫓아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올해의 구단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며 "(야구판에) 들어온 이상 최고가 되자는 욕심으로 야구판을 싹쓸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통·야구 양쪽 모두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셈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올해 상반기 가장 큰 규모로 '랜더스 데이'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에서 약 80종 제품을 1+1 행사로 판매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이마트 엄선 한우 1+와 1등급 △특 사이즈 계란 △고추장·된장·시리얼 전 품목이다. 이외에도 다음달 2일부터 3일까지 러시아산 활대게를 8톤 한정으로 초특가에 선보이고 계란 1판도 30%가량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이러한 양사의 마케팅 전쟁은 개막전 이후에는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롯데와 신세계가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애써온 곳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현재 인천에 이마트 5개, 트레이더스 1개 등 6개 점포만 운영하고 있지만 2024년 스타필드 청라를 오픈할 예정이다. 스타필드 청라는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계획한 복합쇼핑몰로 호텔, 백화점, 쇼핑몰, 테마파크 등이 모두 입점해있다. 역대 스타필드 최대 규모인 15만3000평(50만4512㎡) 규모로 지어지기 때문에 인천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 인천 상권을 롯데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롯데는 현재 인천에 백화점 1곳, 대형마트 10곳 등 다수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롯데백화점 전국 매장 중 면적과 매출 측면에서 모두 상위 5위 안에 드는 우수 점포로 사실상 인천 유통시장을 롯데가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신세계가 매물로 나온 여러 야구단 중 인천을 연고지로 둔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인수한 이유 중 하나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고지를 기반으로 300만 인천 시민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현재 롯데가 장악한 상권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 부회장도 지난 30일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SSG 랜더스 창단을 축하해주신 인천 시민, 인천 팬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인천 시민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천에서 열세였던 신세계가 (이번 인수를 통해) 롯데를 압도할 수 있는, 역전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업계를 크게 보면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경쟁이 주류로 주목받고 있지만 인천 시장에선 롯데와 신세계의 눈에 띄는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