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 선발진 입성 눈앞... 기록이 전부 말해준다
2021.05.02 00:53:28

1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 등판해 4⅓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텍사스 양현종. /AFPBBNews=뉴스1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33)이 빅 리그 두 번째 등판에서도 호투를 뽐냈다. 첫 번째 보다 더 좋은 모습. '대투수'다운 피칭이 나온다. 이제 선발로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5선발에 구멍이 제법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우드워드(45) 텍사스 감독도 선발 전환을 언급했다.

양현종은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선발 아리하라 고헤이가 2⅔이닝 4피홈런 6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3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7회까지 틀어막았다. 4회·6회·7회는 삼자범퇴였다.

메이저 첫 등판이던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도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선발 조던 라일스가 2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고, 양현종이 전격 등판했다. 4⅓이닝 2실점. 그리고 사흘을 쉬고 이날 다시 나서 더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투구수도 준수했다. 첫 경기에서 66구, 두 번째 경기에서 51구다. 각각 이닝당 15구-13구 정도였다.

2경기 합산 기록은 8⅔이닝, 평균자책점 2.08이다. 단 두 번의 등판이었지만, 5이닝 가까이 먹으면서, 투구수도 적당했다. 성적도 좋다. KBO 리그에서 '대투수'로 불렸던 그 모습이 빅 리그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현재 텍사스 선발진은 카일 깁슨-아리하라 고헤이-데인 더닝-조던 라일스-마이크 폴티네비츠로 구성되어 있다. 깁슨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고, 더닝이 1승 1패, 평균자책점 3.97로 뒤를 잇는다.

나머지 3명은 불안하다. 평균자책점을 보면 아리하라가 5.76, 라일스가 6.75, 폴티네비츠가 4.61이다. 셋 다 들쑥날쑥하다. 그나마 폴티네비츠는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2경기에서 6이닝 3실점-5⅓이닝 1실점으로 괜찮기는 했다.

 

텍사스 선발진과 양현종의 기록. /표=김동영 기자

 

반대로 아리하라는 초반 괜찮았으나 직전 2경기 기록이 2이닝 5실점-2⅔이닝 6실점이다. 라일스의 경우 5~6이닝에 3실점 정도는 유지하고 있었으나 가장 최근 등판에서 무너졌다. 양현종이 등판했던 4월 27일 경기다. 4점대이던 평균자책점이 6점대로 치솟았다.

당초 현지에서는 양현종을 '대체 선발 1순위'로 찍었다. 텍사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양현종을 '택시 스쿼드'로 묶어 메이저리그 선수단과 동행시킨 이유다. 마침내 콜업까지 이뤘다. '+1' 개념으로 두 경기에 나서 모두 호투했다. 현재 선발이 부진하다면 아예 양현종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양현종은 KBO 리그에서 오랫동안 선발로 뛴 자원이다. 풀 타임 선발로 올라선 2009년부터 계산하면 346경기에서 선발이 309경기다. 잠시 불펜으로 전환한 2012년(28경기-5선발)을 빼면 318경기 중 304번 스타팅 피처로 출격했다. 95.6%다. 2014년부터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먹었을 정도로 이닝 소화도 확실하다.

텍사스도 이런 점을 알고 양현종을 데려왔다. 다른 투수들이 호투해서 밀린 것이라면 모를까 잘하는데 굳이 불펜으로 쓸 이유는 없다. 텍사스 입장에서도 잃을 것은 없다. 양현종은 130만 달러짜리 선수다. 써보고 터지면 '대박'이다. 안 좋다면 다시 불펜으로 돌리면 된다. 게다가 지금이 시즌 막판도 아니다. 얼마든지 테스트가 가능한 시점이다.

1일 경기 후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의 선발 등판에 대해 말할 때가 됐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양현종은 피칭을 할 줄 아는 투수다. 한국에서 보여준 것이 있다. 여기와서도 마찬가지다. 타자와 무관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다"고 호평을 남겼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양현종이 불펜으로 4⅓이닝 투구를 두 번 했다. 텍사스의 눈을 뜨게 했다. 이제 팀 내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잘 던지고, 현지 평가도 좋다. 이제 '선발 양현종'의 시간이 왔다.



김동영 기자 raining9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