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구' 교체가 싫었던 괴짜 투수, 감독 피해서 숨은 이유
2021.05.17 18:33:08

 

[사진] 21/05/1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113구를 던지고도 모자랐나 보다. 감독 눈을 피해 숨을 만큼 더 던지고 싶었다. LA 다저스 '괴짜 투수' 트레버 바우어(30) 이야기다. 

바우어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저스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4승(2패)째를 거둔 바우어는 평균자책점을 2.50에서 2.20으로 낮췄다. 

5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경기를 시작한 바우어는 4회까지 아웃카운트 12개 중 10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5~7회에는 3이닝 연속 삼진 없이 범타로 요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바우어는 총 113구를 던졌다. 시즌 개인 최다 타이. 

그러나 바우어는 더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경기 후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우어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 덕아웃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을 피해 숨었다고 농담을 했다. 바우어는 지난 201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최다 127구를 포함해 커리어 통산 120구 이상 투구가 8경기나 있었다. 

다저스에선 최다 투구수가 113구로 3경기 있다. 이 역시 다저스 기준으로는 많은 투구수. 로버츠 감독 체제에서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의 투구수를 가능한 100구 이하로 관리한다. 올해 100구 이상 투구는 5경기나 되는 바우어를 제외하면 클레이튼 커쇼와 워커 뷸러가 각각 1경기씩밖에 없다. 커쇼는 105구, 뷸러는 101구였다. 

 

[사진] 21/05/1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바우어는 "커맨드가 아주 좋았다. 경기 시작할 때부터 몸 상태가 좋아 구위도 좋다는 것을 알았다. 구속과 게임 플랜까지 모든 부분이 잘됐다"면서 "삼진 12개는 잡을 줄 알았는데 약간 실망스럽다"며 더 던지고 싶었던 이유를 말했다. 

8회부터 바우어를 빼고 불펜을 가동한 로버츠 감독은 "바우어가 오늘 밤 정말 잘했다. 긴 이닝을 던지며 팀에 필요한 것을 해줬다. 매우 날카로운 투구로 완벽하게 커맨드하며 수많은 삼진을 잡아냈다"고 칭찬했다.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도 "바우어는 엘리트 투수다. 우리에게 많은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10월에 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 바우어는 다저스와 3년 총액 1억20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선발 자원이 넘치는 다저스로 이적해 예상 밖이란 반응이었지만 클레이튼 커쇼가 예전 같지 않고, 유망주 더스틴 메이거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지금 바우어 없는 다저스를 상상하기 어렵다. 내셔널리그 탈삼진·이닝 1위, 평균자책점 9위로 모두 팀 내 1위 기록. 시즌 첫 9번의 선발 경기에서 70탈삼진 이상, 30피안타 이하를 기록한 최초 선수로 역사를 썼다. /waw@osen.co.kr

 

[사진] 21/05/1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