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제안 고사→불펜 자청→ERA 1.61, 두산이 복덩이를 데려왔네
2021.06.08 16:42:19

[OSEN=잠실, 조은정 기자] 2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1사 만루 두산 홍건희가 롯데 정훈의 병살타 때 더블플레이 수비를 펼친 3루수 허경민을 향해 엄지를 세우고 있다. /cej@osen.co.kr


[OSEN=잠실, 이후광 기자] KIA에서 10년 동안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홍건희(29)는 어떻게 두산 최고의 필승조 요원이 될 수 있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0년 6월 7일은 홍건희의 야구 인생이 바뀐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지혁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겨 마침내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았기 때문이다.

KIA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정착에 번번이 실패했던 홍건희는 두산 이적과 함께 필승조 핵심 요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지난해 팀을 옮긴 뒤 50경기 3승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76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고, 올해도 현재 25경기 2승 2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61의 안정감 속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홍건희는 지금 김태형 감독이 위기의 순간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홍건희 칭찬과 함께 그의 스프링캠프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두산은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홍건희를 선발로 전환하는 플랜을 구상했다. 유희관, 이영하의 부진, 이용찬의 부상 이탈 등을 겪은 두산 입장에서 선발 33경기 경험이 있는 홍건희는 상당히 매력적인 자원이었다. 실제로 홍건희는 KIA 시절 선발 정착이라는 목표가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OSEN=인천, 김성락 기자] 14일 오후 인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7회말 두산 홍건희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l0919@osen.co.kr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홍건희가 그토록 바랐던 선발 보직 제안을 고사한 것이다. “이번 캠프서 건희에게 선발 연습을 시켜서 상황을 보려고 했다”는 김 감독은 “작년에 뒤쪽에서 던진 게 적응이 됐고, 올해 역시 불펜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선수가 직접 냈다. 이에 그럼 올 시즌도 뒤쪽에서 전념하라고 했는데 그게 (활약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원래 모든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능률이 오르는 법. 홍건희도 마찬가지였다. 캠프부터 일찌감치 목표를 필승조로 설정, 그에 맞는 훈련을 착실히 진행했다. 김 감독은 “건희가 코치를 통해서도 뒤에서 준비하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전했다. 사실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어 선발로 쓰고 싶은 욕심은 나지만, 그래도 건희 생각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건희의 보다 성숙해진 마인드도 불펜 정착에 한 몫을 했다. 이번 오프시즌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KIA에 있을 때는 선발 욕심이 많았는데 두산으로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무조건 선발을 고집하고 싶지 않다. 나이도 어느 정도 찼으니 보직보다는 하나의 내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남긴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올 시즌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산 이적 후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홍건희 환골탈태의 결정적 요인은 바로 ‘확신’이었다. 확신이 생기니 목표가 뚜렷해졌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니 정착이라는 행복이 찾아왔다. 김 감독은 “선수가 그렇게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해주면 감독으로서 상당히 편하다. 본인만의 확신이 있으면 그만큼 좋은 것”이라고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