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스윙했던 악바리, 방망이 던져 안타 치는 야구도사로 귀환
2021.06.09 11:08:55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만 34세에 다시 한 번 커리어하이를 경신할 기세다. 두 손으로 방망이를 내던져도 안타를 만드는 야구도사로 돌아왔다. 롯데 정훈은 다시 한 번 ‘인생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훈은 지난 8일 사직 두산전, 4안타(1홈런) 5타점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18-9 대승을 이끌었다. 데뷔 첫 만루 홈런 포함해 커리어 최다인 5타점 경기를 펼쳤다.

올해 48경기 타율 3할1리(183타수 55안타) 6홈런 31타점 32득점 OPS .860의 성적. 방출 위기였던 시기를 거쳐서 지난해 부활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루수와 중견수 등 수비 포지션을 가리지 않았고 리드오프와 4번 타자 등 타순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은퇴와 복귀 그리고 2010년 롯데와 정식계약을 맺기까지 15년의 세월 동안 정훈은 롤러코스터를 탔고 이제는 최고의 정점에 섰다. 올해 144경기 환산 클래식 스탯은 155안타 17홈런 88타점. 지난해 커리어 하이였던 11홈런을 뛰어넘을 기세고 데뷔 첫 3할 타율을 달성했던 2015시즌의 146안타, 62타점도 모두 뛰어넘을 기세다. 정확도는 유지한 채 장타력은 늘었다.

정훈의 트레이트 마크는 다이내믹한 타격 폼.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면 “매 타석 150%의 스윙을 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타구를 멀리 보내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싶은 의욕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실투에 파울이 많았다. 99%만 스윙을 하더라도 타구를 페어 지역 안으로 넣는 비율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의지의 표현일까. 99%까지 힘을 쓰지 않더라도 방망이를 툭 던져서 안타를 만드는 ‘도사’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다. 9일 경기에서 정훈은 만루홈런보다 1회와 5회 안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방망이를 던져서 연달아 안타를 만드는 장면이 더 인상 깊었다. 팬들은 ‘블루투스 안타’라고도 부르며 정훈의 신기한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지만 정훈은 그만큼 팀에 필요한 안타 하나가 소중했고 간절했다.

정훈의 간절함튼 타석에서의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정훈은 타석 당 4.29개의 공을 보고 있다. 리그 전체 6위다. 정은원(한화), 이용규(키움), 박해민(삼성), 한동희(롯데), 추신수(SSG)가 그의 앞에 있다. 한동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리그 최정상급 교타자들이자 테이블세터 자리에 배치가 된다. 그러나 정훈은 현재 이대호, 안치홍이 없는 상황에서 4번 타자로 나서면서 자신의 간절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임 허문회 감독 시절에 중용을 받은 정훈이었다. 감독이 교체되고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자리를 잡았지만 정훈은 여전히 팀 내 최고 수준의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간절한 만 34세의 베테랑 선수, 그리고 야구도사로 진화해가는 선수를 어떤 감독과 구단이 싫어할 수 있을까.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은 조연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조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