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지 마라" 단장의 한 마디, 잠실 20홈런의 자부심 되살렸다
2021.06.10 16:23:04

 

[OSEN=잠실, 지형준 기자]4회말 무사에서 두산 양석환이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못해도 된다. 고개 숙이지 마라.”

두산 베어스 주전 1루수 양석환은 부진을 거듭하던 5월의 어느날, 퇴근길에 김태룡 단장을 만났다. LG에서 자칫 벤치 신세에만 전락할 뻔 했지만 1루수가 필요했던 두산 김태룡 단장이 양석환을 점찍었다.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은 양석환은 날개를 달았다. 개막 이후 첫 한 달 동안 타율 3할4리 3홈런 18타점 OPS .790으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5월 들어서 다시 성적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정확도가 뚝 떨어졌다. 5월 타율은 2할1푼9리. 홈런은 6개나 때렸고 OPS도 .855로 좋았지만 타격감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아졌다고. 그러다 양석환은 잠실구장 퇴근하는 도중 김태룡 단장을 만났고, 김태룡 단장은 양석환을 향해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이 한마디가 양석환의 머리를 울리게 했다.

양석환은 당시를 되돌아보며 “안 좋았을 때 퇴근길에 김태룡 단장님을 만났다. 단장님께서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못해도 된다. 야구장에서 고개 숙이는 모습을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못해도 되니까 당당하게 보여달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단장님의 그 한마디에 생각을 다잡았다. 집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홈런도 나오고 타격감도 괜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룡 단장과의 의도하지 않았던 짧은 ‘면담’ 이후 양석환은 부진에 허덕이다 5월 23일 잠실 롯데전 홈런포, 그리고 26일 한화전 이적 이후 첫 멀티 홈런 경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6월 들어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다시 한 번 멀티 홈런 경기를 펼쳤다. 4타점은 이적 이후 최다 타점 타이 기록.

어느덧 시즌 12개의 홈런. 지난 2018년, LG 유니폼을 입고 때렸던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인 22홈런을 경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35홈런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현실적인 홈런 수치는 22개 안팎이 될 전망. 잠실 20홈런 타자도 드물기 때문에 양석환은 이 기록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페이스도 만족스럽다.

그는 “잠실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홈런 치기 좋은 조건은 아니다. 홈런에 대한 욕심도 있고 많이 치고 싶지만 홈런 숫자에 대한 미련은 없다”면서 “잠실 20홈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지금 홈런 페이스가 빠른 편이라 기분이 좋다. 남은 시즌 홈런을 하나도 못 칠 수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대한 좋은 감으로 시즌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강조하면서 20홈런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 경신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