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한화 투수가 다승왕 싸움이라니..."이런 날이 있네요"
2021.06.10 16:40:08

 

[OSEN=대전, 조은정 기자]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1회초 한화 선발 김민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1.06.08 /cej@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투수가 다승왕 경쟁을 한다. 그동안 다승왕 후보는커녕 10승 투수 배출도 어려웠던 한화에 강력한 토종 에이스가 떴다. 우완 김민우(26)가 잠재력을 폭발하며 다승왕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10일 현재 KBO리그 다승 1위는 앤드류 수아레즈(LG), 에릭 요키시(키움), 원태인(삼성) 그리고 김민우까지 4명이다. 나란히 7승씩 기록하며 공동 1위. 소속팀 한화가 21승(32패)에 그치며 9위로 처진 상황에서 김민우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팀 전력상 불리한 조건을 딛고 다승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06년 '슈퍼루키' 류현진(18승)을 끝으로 14년간 다승왕 배출에 실패했다. 류현진이 2007~2008, 2010년 다승 공동 2위에 올라 경쟁했지만 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이후 다승 10위권에서도 한화 투수를 보기 어려웠다. 

2008년부터 이어진 암흑기 기간 중 유일하게 가을야구에 간 2018년 키버스 샘슨이 13승을 올리며 이 부문 공동 5위에 오른 게 최고 순위. 매년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투수들이 승리를 쌓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류현진조차 마지막 해였던 2012년 평균자책점 2.66에도 9승으로 다승 공동 15위에 머물렀다. 

김민우의 다승왕 경쟁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김민우 스스로 "이런 날이 있네요"라고 말할 만큼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 지난해 9이닝당 득점 지원 3.7점으로 100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 42명 중 41위였고, 불펜이 4번의 승리를 날릴 만큼 운이 따르지 않아 5승(10패)에 그친 것과 완전 다르다. 

 

[OSEN=대전, 조은정 기자]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1회초 한화 선발 김민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1.06.08 /cej@osen.co.kr



올해는 시즌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7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경신했다. 9이닝당 득점 지원(4.4점)은 규정이닝 투수 24명 중 20위로 여전히 부족하다. 구원이 날린 승리도 한 번 있다. 전폭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김민우 스스로의 힘으로 운을 만들어간다. 평균자책점(3.60) WHIP(1.25) 피안타율(.208) 탈삼진율(20.9%) 모두 개인 최고 기록. 만루 상황에서 9타수 무안타로 막는 등 위기관리능력도 향상됐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개막전 선발로 김민우를 깜짝 낙점한 이유를 지금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김민우는 "야수들이 옆에서 많이 응원하며 도와준 덕분이다. 특히 포수 (최)재훈이 형에게 상대 전력분석부터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하나 꼽으면 슬라이더다. 그동안 위아래 존을 많이 썼는데 이제 슬라이더가 생겨 양 옆으로 쓰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직구와 떨어지는 포크볼 투피치에서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자착해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풀타임 선발 첫 해였던 지난해부터 분석팀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영상 자료도 많이 참고한다. 경기 중 이닝을 마친 뒤 타자와 상대하며 느낀 점을 바로 메모하기도 한다. 그는 "등판이 없는 날 다음 상대팀을 며칠간 공부한다. 타자와 승부할 때 느낀 점도 이닝마다 써놓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공부하며 피칭 디자인도 한다. 

지금 페이스라면 다승왕은 물론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도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김민우는 "올림픽에 가면 엄청난 것이다. 가면 좋다"면서도 "요즘 올림픽 질문 많이 받는데 제 머릿속에는 다음 경기밖에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이 다음 경기다. 그렇게 해서 운이 따르면 (올림픽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데뷔 첫 10승 고지도 머지않았지만 늘 그렇듯 규정이닝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민우는 "국내 투수 중 최다 이닝을 던지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재 65이닝으로 이 부문 전체 8위, 국내 투수 중 1위. 이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2006년 류현진 이후 15년 만에 한화에 다승왕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waw@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2회초 KT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한화 선발 김민우가 포수 최재훈을 향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