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률 공백이 이렇게 클 줄이야...'1이닝 5볼넷 밀어내기 2실점' 실화냐?
2021.06.12 08:52:32

[OSEN=잠실, 지형준 기자]8회말 2사 만루에서 두산 장원준이 LG 홍창기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1.06.11 /jpnews@osen.co.kr


[OSEN=잠실, 이후광 기자] 마무리 김강률의 공백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두산이 믿었던 필승조의 볼넷 파티로 라이벌 LG에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시즌 6번째 맞대결. 무릎 부상을 당한 에이스 워커 로켓 대신 박종기를 선발로 내세운 두산은 평균자책점 2위 앤드류 수아레즈가 출격한 LG에 밀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7회까지 1-1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박종기가 2⅓이닝 1실점으로 물러났지만, 이후 윤명준(2⅔이닝)과 김명신(2이닝 무실점)이 롱릴리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결과였다.

두산은 여전히 1-1로 맞선 8회말부터 필승조를 가동했다. 그리고 그 첫 주자로 두산 새 믿을맨으로 도약한 이승진이 낙점됐다. 최근 직구 구속 저하 및 2경기 연속 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태형 감독의 신뢰는 그대로였다. 이승진은 첫 타자 채은성을 2구만에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출발했다.

그러나 이승진이 잡은 아웃카운트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곧바로 이천웅과 김용의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는 난조를 보인 것. 150km를 뿌리는 이승진답지 않게 직구 최고 구속이 146km에 그쳤고, 직구와 변화구 할 것 없이 제구가 모두 엉망이었다. 힘이 빠진 탓에 공이 번번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10개 중 볼이 8개였다. 결국 본인이 자초한 1사 1, 2루서 이형범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쳐야했다.

2년 전 마무리였던 이형범도 팔꿈치 수술 이후 모처럼 겪는 타이트한 상황에 영점을 잡지 못했다. 첫 타자 김민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끝내는 듯 했지만 유강남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서 대타로 나선 신인 이영빈에게 다시 5구 끝 충격의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을 만나 장기인 투심의 위력을 전혀 뽐내지 못했다.


[OSEN=대구, 곽영래 기자]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2사 두산 오재일이 솔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youngrae@osen.co.kr[OSEN=대구, 곽영래 기자]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이닝을 마친 두산 이승진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youngrae@osen.co.kr


1-2로 뒤진 2사 만루서 좌타자 홍창기가 타석에 등장한 가운데 김 감독은 좌타자 상대에 능한 베테랑 장원준으로 추가 실점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장원준마저 2B-0S으로 시작해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의 쐐기점을 내준 순간이었다.

박치국, 홍건희를 제외한 모든 필승조 자원을 가동했음에도 볼넷 5개로 2실점한 두산은 라이벌 LG에 1-3으로 패하며 단독 6위로 떨어졌다.

사실 두산의 시즌 초반 상승세 뒤에는 탄탄한 뒷문이 있었다. 최주환, 오재일의 이탈, 새 외인투수 듀오의 초반 난조에도 이승진, 홍건희, 박치국, 김강률 등으로 구성된 철벽 계투진을 앞세워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실제로 5월까지 두산 불펜은 리그 평균자책점 선두(3.66)를 달렸다.

그러나 6월부터 견고한 뒷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즌 11세이브-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하던 클로저 김강률이 우측 햄스트링 미세 손상으로 2일 이탈했기 때문. 이에 김 감독은 투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정 마무리가 아닌 집단 마무리 체제를 택했다. 그런데 이승진, 홍건희, 박치국 등 기존 자원들이 조금씩 과부하에 걸렸고, 결국 이날 피안타 없이 5볼넷-2실점이라는 참사에 이르렀다. 6월로만 한정하면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꼴찌(8.49)다.

그렇다면 김강률은 언제쯤 1군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일까. 당초 재활기간이 3주로 예상된 가운데 김강률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 지금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일단 뛸 수가 있어야 피칭을 시작할 수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마무리 이탈을 기점으로 팀의 자랑이었던 필승조가 무너지고 있으니 사령탑도 답답할 노릇이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집단 필승조 체제로 뒷문을 지킬 수밖에 없다. 향후 불펜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타선의 대량 득점 및 선발진의 긴 이닝 소화 등이 절실해 보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