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악바리] "연습장 전세 냈죠" 퇴근 없이 방망이 돌린 손아섭, 결실이 보인다
2021.06.12 17:48:13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거의 두 달 동안 실내 연습장을 전세 냈던 것 같다. 연습 도와준 스태프들에게 고맙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올 시즌 개막 이후 두 달여의 기간 동안 슬럼프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개막 이후 이렇게 슬럼프에 빠졌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격감 회복이 더뎠다. 장타는 물론 선구안까지 영향을 끼쳤다. 타격 생산력에서 모두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까지 타율은 2할6푼6리, OPS는 .641의 기록이었다. 5월까지 손아섭의 OPS는 규정타석을 채운 56명 중 54위에 머물렀다. '손아섭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슬럼프가 장기화되자 걱정의 강도는 커졌다.

그러나 6월 들어 조금씩 슬럼프 극복의 빛이 비치고 있다. 6월의 손아섭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타구 속도도 정상 궤도로 올라왔고 안타 생산력도 높아지고 있다. 6월 7경기 타율 3할2푼3리(31타수 10안타) OPS .737의 기록이다. 특히 지난 10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부진의 끝을 알리는 듯한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뽑아내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부진 탈출의 끝이 보이자 표정도 밝아졌다. 더 이상 야구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하는 표정을 짓고 마음도 비운 채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는 “6월 들어서 결과와 관계 없이 스스로 잘 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결과가 좋거나 나쁠 때 항상 밝게 지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의 시즌을 보낸 손아섭이었지만 만족하기 싫었다. 천성이 그렇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성격이 올 시즌 초반의 부진을 낳았다. 자신도 그 점을 부진의 이유로 꼽고 있다. 그는 “변화를 주는 것에 주위에서 많이들 걱정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홈런 숫자를 늘리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 부분에서 변화를 주려다보니까 안 좋게 영향을 미쳤고 시작이 꼬이다 보니까 스스로 조급해졌다. 그러다 보니까 악순환이 길게 이어졌다”고 되돌아봤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손아섭은 경기가 끝난 뒤 실내 연습장에 남아서 홀로 방망이를 돌렸다. 감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 안 좋은 하루를 쿨하게 잊는 것도 슬럼프 탈출의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손아섭은 그렇지 않았다. ‘쿨하게’ 잊지 않고 곧장 안 좋았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몰두했다. 그는 “야구에 쿨해지려고 했다. ‘못하면 어때 내일 하면 되지’라는 쿨한 생각을 하려고 했다”라면서 “근데 사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야구를 15년 동안 해오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오기까지 욕심이나 집착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믿는 사람이다 보니 쉽게 쿨해지지가 않더라”라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올해는 경기 후 사직구장의 실내 타격 연습장에서 방망이를 돌리는 기간이 길었다. 그는 “거의 두 달 동안 개인적으로 타격 연습장을 빌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면서 슬럼프 기간을 설명했다.

이어 함께 남아서 퇴근을 늦추고 훈련을 도와준 구단 훈련 보조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훈련 도와주는 친구들 스태프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나 때문에 남아서 퇴근도 못 하고 배팅볼을 많이 던져줬고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너무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 10일 경기의 끝내기 안타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과정 역시 만족스러웠다. 끝내기 안타 직전 두 차례의 타구가 모두 야수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는 “과정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지만 하늘을 원망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어쨌든 내가 원하는 타구의 질들이 나왔다. 그래서 마지막 타석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졌다”라면서 “어제도 전력분석팀에 물어보니 올 시즌 최고의 타구 속도가 나왔다고 하더라. 발사각이 낮아서 아웃이 됐지만 타구 속도가 회복이 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자연스럽게 장타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웃으며 더는 슬럼프에 주저앉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