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주→다저스, ML 역사 쓴 번즈의 감격 "5년간 매일 피·땀·눈물·도전"
2021.06.14 14:28:53

[사진] 2021.06.13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역사를 만들고 싶어?"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내야수 앤디 번즈(31)에게 물었다. 번즈는 "그렇게 해보죠"라고 답하며 마운드로 향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의 밤을 번즈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번즈는 이날 5년 만에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았다. 내야수 맥스 먼시가 사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다저스는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뛰던 번즈를 콜업했다. 지난 2016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10경기를 끝으로 중단됐던 번즈의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5년 만에 이어진 순간이었다. 

8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한 번즈는 2회 첫 타석에서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 콜비 알라드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치며 1루를 밟았다. 5년 전 토론토에서 6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던 번즈에겐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 4회에는 첫 볼넷까지 얻어내며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사진] 2021.06.13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이라이트는 9회였다. 다저스가 1-10으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번즈에게 투수 등판 의사를 물었다. 번즈는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홈런 포함 3안타 2실점했지만 삼진 1개를 잡으며 1이닝을 막아냈다. 1961년 메이저리그 확장 시대 이후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한 날, 투수로도 등판한 최초의 야수로 새 역사를 썼다. 

'MLB.com'은 '한국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 시즌을 뛴 번즈는 미국으로 돌아와 2019년 토론토 산하 트리플A에서 뛰었고, 2020년 토론토 대체 훈련장에서 보냈다. 더 많은 타석을 얻기 위해 호주에서 2~3개월을 보내기도 했다'며 '번즈의 긴 여정이 이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다저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면서 선발 2루수로 나섰다'고 전했다. 


[OSEN=박준형 기자] 토론토 시절 앤디 번즈 /soul1014@osen.co.kr


번즈는 "여기까지 돌아오는 데 5년의 여정이 있었다. 많은 피와 땀, 눈물과 도전이었다. 그것이 완전한 원을 이루게 된 것을 보는 건 정말 특별하다"며 감격했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그의 아내와 갓 태어난 딸도 기쁨을 함께했다. 

실제 번즈는 2017년 롯데와 계약하며 한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7년 116경기 타율 3할3리 15홈런 57타점을 올린 번즈는 2루수로 특급 수비를 과시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지만 2018년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토론토로 돌아갔지만 빅리그 승격 기회는 없었다. 2019~2020년 겨울에는 호주프로야구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뛰며 실전 감각을 쌓기도 했다. 

한국과 호주까지 이어진 번즈의 야구 여정이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야구에선 그냥 주어지는 게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 지난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 일을 해왔다. 목표를 달성한 것도 좋지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더 많다"며 빅리그 롱런을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민경훈 기자] 롯데 시절 앤디 번즈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