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연봉은 144G에 맞게 책정된 것” 철인 외야수의 묵직한 한마디
2021.06.25 09:30:13

 

6회말 무사 1루 KT 배정대가 투런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2021.06.24/youngrae@osen.co.kr



“체력 부담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건 프로답지 않다.”

2020시즌부터 KT 위즈의 철인 외야수로 거듭난 배정대(26·KT)가 진정한 프로의 자세와 관련해 묵직한 한마디를 날렸다.

지난해 데뷔 처음으로 전 경기(144경기)를 소화한 배정대는 올해도 팀이 치른 64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쉴 틈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타율은 2할8푼4리 4홈런 31타점 OPS .788에 수비 이닝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542⅓이닝에 달한다. 1위는 573⅔이닝의 키움 김혜성, 2위는 548⅔이닝의 키움 이정후다.

배정대가 쉴 시간이 없다는 건 다시 말해 그가 KT의 대체불가 외야수라는 걸 의미한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최근 “(배)정대를 빼고 외야를 구성하기가 힘들다”며 “아무래도 피로가 쌓일 것이고 타석에서 찬스를 못 살리면서 압박감을 가질 텐데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는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5월 중순 .342까지 올라갔던 배정대의 타율은 최근 2할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 실제로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 전날 수원 KIA전에서 결승타 포함 혼자 5타점을 쓸어 담은 그는 “체력 부담은 프로 선수에게 맞지 않은 말 같다”며 “예전에 수석코치님께서 우리들이 받는 연봉은 144경기에 맞게 책정됐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 144경기에 모두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도 있겠지만, 어쨌든 체력 부담 때문에 성적이 안 좋다는 건 프로답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8회말 2사 만루 KT 배정대가 3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21.06.24/youngrae@osen.co.kr



감독이 휴식이 부족한 선수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배정대는 “나도 그 때 그 기사를 봤는데 감독님이 그런 식으로는 말을 안 했다고 하셨다”고 웃으며 “사실 감독님이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다. 감독님께서 날 키워주셨으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 또 앞으로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받은 부분을 성적으로 보답 드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배정대는 이날 5월 13일 수원 삼성전 이후 42일만에 4번 중책을 맡고 홈런 포함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체력적인 부담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압박이 심했겠지만, 그는 “KT 같은 상위권 팀의 4번타자라고 하면 더 자신감이 생긴다. 또 준비하는 과정이 같기 때문에 타순만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타순 변경이 많은 편이라 큰 상관은 없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배정대 4번 기용과 관련해 “4번타자가 아닌 그냥 연결을 해주는 4번, 지나가는 4번”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런데 이는 알고 보니 배정대의 실력을 과소평가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선수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한 배려의 한마디였다.

배정대는 “감독님께서 4번과 관련해 어떤 말씀을 해주시면 내가 신경을 쓸 수 있다”며 “4번타자와 같이 중요한 자리를 맡길 때는 말을 많이 아끼시는 편이다. 감독님이 날 신경 써주시는 느낌을 받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