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도 '혜자 계약'…우리는 양의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21.06.26 18:19:13

[OSEN=창원, 지형준 기자]1회초 NC 양의지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창원, 조형래 기자] 4년 125억 원.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지난 2018시즌이 끝나고 맺은 계약은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총액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양의지까지 리그에서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은 총 5차례 있었다. 롯데 이대호(2017년, 4년 150억 원), LG 김현수(2018년, 4년 115억 원), SSG 최정(2019년, 6년 106억 원), KIA 최형우(2017년, 4년 100억 원)까지.

흔히 말하는 ‘몸값’을 했다는 기준과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고 시간이 지난 뒤 '추억 보정'이 들어가면 또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계약 3년차에 접어든 양의지와 NC가 맺은 125억 원이라는 초고액 계약도 ‘혜자 계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올해로 NC와 3번째 시즌을 함께하는 양의지. 첫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직전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을 정규시즌 5위로 끌어올리며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실을 맺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도 양의지는 개인 최고의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65경기 타율 3할5푼(220타수 77안타) 18홈런 66타점 OPS 1.132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삼진은 26개를 당했는데 볼넷은 40개나 얻어냈다. 득점권 타율도 4할4푼6리에 달한다. 현재 홈런과 타점, OPS는 1위, 타율은 2위에 올라 있다. 공격 지표 대부분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현재 페이스로 정규시즌을 완주할 경우 39홈런 144타점이라는 역대급 기록이 나온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 기록이었던 33홈런 124타점을 단숨에 넘어서게 된다.

또한 2000년 SK(현 SSG) 박경완이 기록한 포수 최다 홈런(40개)에 도전하는 상황이고 2015년 키움 박병호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타점(146타점) 기록까지도 넘볼 수 있는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팔꿈치 사구를 맞은 뒤 통증 여파로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는 상황. 포수의 체력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면서 양의지는 역대급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포수 양의지의 가치가 훨씬 높지만 현재와 같은 타격 생산력이라는 순전히 타자로만 나서도 타선에 엄청난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 당연히 상대가 느끼는 공포감은 배가 된다.

특히 양의지는 득점권 타율 4할4푼6리를 기록 중인데,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승부처 상황에서는 더욱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KBO 공식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집계한 승리 확률 기여도, 'WPA(Win Probability Added)’는 3.87로 리그 전체 1위다. 각 플레이마다 얼마나 승리 확률을 높였는지 나타내는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는 양 팀 모두 승리 확률이 50%씩 갖고 있기에 선수마다 WPA 수치 0.5가 되면 1승을 추가한 것과 같다. 즉 양의지의 WPA는 팀에 7.74승을 더 안긴 것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현재 팀의 승수(34승)의 약 4분의 1 가량을 양의지의 손으로 이끈 것.

지난 25일 창원 SSG전에서도 양의지는 5-8로 점점 패색이 짙어가던 7회말 1사 1,2루에서 SSG 박민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136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월 동점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8회초 다시 8-10으로 경기가 재차 뒤집혔지만 결국 10회 3득점에 성공하면서 11-10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끝났다. 양의지는 절망에 가까운 팀의 승리 확률을 대등한 정도로 끌어올리며 경기에 텐션을 유지시켰다.

팀의 투수진을 챙기고 야수진까지 신경써야 하는, 가장 할 일이 많은 포수 포지션의 선수. 그런데 공격과 수비, 투수리드까지 모두 리그 최고의 선수로 손색이 없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양의지의 생산력, 파괴력, 영향력은 10개 구단 어느 선수들보다 높은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양의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jhrae@osen.co.kr


[OSEN=창원, 김성락 기자] 2일 창원NC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 NC 양의지가 안타를 날리고 있다./ksl0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