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론토→KT 깜짝 컴백, 호잉 원한 이강철 감독 "삼성 피렐라처럼"
2021.06.27 08:26:49

[OSEN=최규한 기자] 호잉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호잉 기사를 보니 괜찮겠다 싶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5일 외야수 제라드 호잉(32) 관련 기사를 봤다. 지난해 6월 한화에서 방출된 뒤 미국으로 돌아간 호잉은 이달 초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선수 생활을 재개했다. 트리플A에서 몇 경기 뛰진 않았지만 성적이 괜찮았고, 토론토 외야가 풍족해 빅리그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호잉의 근황 기사가 이강철 감독 시선을 사로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후임으로 올해 KT에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가 기대 이하 성적으로 고민을 안겨주고 있었다. 교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 감독은 구단에 "대체 선수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호잉이 괜찮을 것 같은데 한 번 체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3일 뒤 호잉은 메이저리그에 깜짝 콜업됐다. 주전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출산 휴가로 4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같은 한화 출신 투수 류현진과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빅리그 체류 기간은 딱 3일. 2경기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에르난데스의 복귀와 함께 다시 트리플A에 내려갔다. 외국인 타자가 부진한 몇몇 팀이 호잉에게 관심을 보인 가운데 KT가 발 빠르게 접촉했다. 감독이 콕 집은 선수라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했다. 총액 40만 달러 조건으로 KT와 26일 계약을 완료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타자 교체를) 고민하고 있던 중에 알몬테가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알몬테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결정을 했다. 마침 호잉도 메이저리그에 잠깐 올라갔다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알몬테는 우측 아킬레스건에 2mm 미세 손상이 발견돼 지난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최소 2주 재활이 필요했고, 호잉이 시장에 나오면서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 


[OSEN=수원,박준형 기자]4회말 2사 1루 알몬테가 내야땅볼타구를 날린뒤 방망이를 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알몬테는 올 시즌 60경기 타율 2할7푼1리 7홈런 36타점 OPS .740으로 타격 생산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일본 시절부터 안고 있는 고질적인 하체 부상으로 풀타임 수비가 어려웠다. 좌익수로 33경기, 지명타자로 25경기 선발출장했다. 주루도 전력 질주가 쉽지 않아 '설렁설렁' 뛰면서 불성실 논란도 잇따랐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호잉은 2018~2020년 한화에서 3년을 뛰며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투지로 팀을 일깨웠다. 지난 2019년 말에는 발목 피로 골절에도 통증을 참고 뛰어 한용덕 당시 한화 감독을 감동시켰다.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팀의 선배란 마음으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 감독도 이 같은 호잉에 대한 평판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은 "수비와 주루는 검증됐다. 열정적이고, 팀 퍼스트 마인드가 크다는 점을 높게 봤다. 삼성이 호세 피렐라 효과를 보는 것처럼 우리도 호잉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매 순간 전력 질주하고, 몸을 내던지는 피렐라는 삼성의 분위기를 바꾸며 성적도 1위권으로 끌어올렸다. 


[OSEN=잠실, 최규한 기자]2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한화 호잉이 안타를 치고 1루로 뛰고 있다. /dreamer@osen.co.kr


호잉의 가세로 KT 야수진도 여유가 생겼다. 이 감독은 "알몬테가 수비를 자주 못 나가면서 포지션, 라인업이 쉽게 안 나왔다. 외야 수비가 되는 호잉이 와서 유한준 등 여러 타자가 지명타자로 들어가고, 배정대도 휴식이 가능하다"며 타격에 대해선 "지난해는 (한화) 팀 성적과 분위기가 안 좋다 보니 같이 처진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타선에 오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호잉은 34경기 타율 1할9푼4리 4홈런 14타점 9볼넷 34삼진 OPS .577로 크게 부진했다. 발목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도 했지만, 베테랑들의 집단 부진으로 앞뒤에서 호잉을 받쳐줄 타자가 없었다. 지난해 압도적인 10위였던 한화와 달리 올해 1위를 달리고 있는 KT에는 리그 최고 타자 강백호를 비롯해 황재균, 유한준, 배정대 등이 있어 호잉이 받을 부담이 덜하긴 하다. 

한편 호잉의 1군 합류 시점은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는 8월 중순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취업 비자 발급을 받아야 하고, 입국 후 2주 자가격리 시간도 거쳐야 한다. 이 감독은 "비자가 언제 나올지가 중요하다. (7월18일) 전반기 끝나기 전 합류는 쉽지 않을 듯하다. 올림픽 기간에 격리를 마치고 합류하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waw@osen.co.kr

[OSEN=수원 , 곽영래 기자] 승리를 거둔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