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km 직구와 76km 아리랑볼, 마운드 오른 TB 야수의 ‘깜짝’ 투수 데뷔전
2021.07.04 07:54:59

[사진] MLB.tv 중계 화면


[OSEN=한용섭 기자] 152km의 깜짝 직구와 76km 아리랑볼을 오갔다.

메이저리그 5년차인 탬파베이 레이스의 야수 브렛 필립스는 마운드에 처음으로 올라 진기한 경험을 했다.

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탬파베이-토론토 경기. 탬파베이는 8회 1-10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자, 8회말 수비에서 불펜 투수가 아닌 외야수 필립스를 투수로 기용했다. 투수진을 아끼기 위한 방책.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경기 후 “예상은 했지만, 경기 마지막에 그가 잘 던졌다. 감사하다”고 필립스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포지션 플레이어를 투수로 기용하는 것은 결코 위로가 되지 않지만, 필립스가 이해해줘 박수를 보낸다. 그는 잘 던졌고, 약간의 재미를 느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필립스의 투수 데뷔전이었다. 첫 타자 조나단 데이비스 상대로 초구를 94.3마일(약 151.7km)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볼이 됐지만 매우 빠른 볼이었다. 2번째 공은 46.9마일(75.6km), 매우 느린 이퓨스 볼이었다. 쉽게 말해 아리랑볼.

70km대 아리랑볼로 스트라이크도 잡고, 데이비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리즈 맥과이어도 아리랑볼로 유격수 땅볼로 2아웃을 잡았다. 필립스는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2사 후 마커스 세미엔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셋포지션을 하려다 공을 떨어뜨려 보크를 범하기도 했다. 이후 보 비솃,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에서 산티아고 에스피날에 우전 안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으나, 장타력을 지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필립스는 첫 투구만 152km 패스트볼을 던졌고, 이후로는 줄곧 70km대 아리랑볼만 던졌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힘 빼고 던진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1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진 셈이다. 토론토 타자들은 느린 볼에 힘껏 배트를 휘둘렀으나 정타로 뻗어나간 타구는 없었다.

필립스의 아리랑볼을 상대한 게레로 주니어는 경기 후 “솔직히 말해서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딱 1번만 스윙하자고 마음먹었다. 볼이 들어오면 걸어나가고,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삼진 당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게레로는 1번 스윙했는데, 파울이 됐고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