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잠깐 다녀간 자리, ‘포스트 김하성’ 19세 새싹이 자랐다
2021.07.06 10:15:02

 

[OSEN=수원, 이대선 기자]키움은 최근 2연패, 수원 5연패에서 탈출하며 시즌 39승 38패를 기록했다. 반면 팀 창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9연승에 실패한 선두 KT는 44승 28패가 됐다.방송 인터뷰를 마친 키움 김휘집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7.05 /sunday@osen.co.kr



[OSEN=수원, 이후광 기자]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지난 겨울 잠시 다녀간 자리에 포스트 김하성을 꿈꾸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났다.

그 새싹은 바로 신일고를 나와 2021 키움 2차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내야 유망주 김휘집. 개막과 함께 퓨처스리그서 33경기 타율 .197로 낯선 프로의 세계를 맛 본 그는 지난달 15일 처음 1군으로 올라와 데뷔전인 6월 16일 LG전에서 첫 볼넷과 득점, 20일 NC전에서 첫 타점, 24일 두산을 만나 데뷔 7경기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25일 KIA전에서 데뷔 첫 한 경기 3안타를 때려냈다.

감격의 데뷔 첫 홈런은 15-5로 대승한 5일 수원 KT전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6-2로 리드한 3회 1사 만루서 등장해 깜짝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것. 2B-2S에서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의 몸쪽 투심(140km)을 제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1982년 KBO 출범 이래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때려낸 선수는 그 동안 18명이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8년 10월 4일 KIA 유재신(인천 SK전)으로, 약 3년만에 보기 드문 기록이 탄생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휘집은 지난 겨울 짧지만 강렬했던 롤모델 김하성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친 뒤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고척스카이돔에서 친정팀인 키움 선수들과 함께 잠시 훈련을 함께 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지금의 김휘집 및 만루홈런을 있게 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OSEN=수원, 이대선 기자] 4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3회초 1사 만루에서 키움 김휘집이 좌월 만루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1.07.05 /sunday@osen.co.kr



김휘집은 “아무래도 신인이라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다. 또 내가 선배에게 무언가를 막 물어보는 그런 성격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말을 안 걸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출국 이틀 전 물어보고 싶은 걸 다 물어봤다. 수비, 사이드암투수 공략법, 야구를 대하는 태도, 야구를 잘하는 법 등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다”고 회상했다.

많은 장점 가운데서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은 김하성 특유의 과감한 플레이. 김휘집은 “주변에서 성격이 신인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게 야구할 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난 하성이 형과 같은 과감한 스타일을 원한다. 내가 아무래도 진중한 편이라 그런 성격이 부럽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홍원기 감독은 최근 김휘집에 “애늙은이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신인답지 않은 진중한 태도와 성숙한 마인드를 두고 한 칭찬의 한마디였지만, 신인이기에 지나친 진중함은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휘집은 “1군 올라와서 투수들을 처음 봤을 때 구위가 너무 좋아 방망이가 잘 안 나갔다. 너무 안 친 부분이 있어 첫 안타가 늦게 나온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5일 경기에선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을 만나 주눅 들지 않고 생애 첫 만루홈런에 성공했다. 무려 7구까지는 가는 신중한 승부를 펼친 뒤 8구째 투심에 과감한 스윙을 선보인 결과였다. 공교롭게도 김휘집과 김하성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섞였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팀과 리그를 동시에 대표하는 스타급 내야수를 줄곧 배출해왔다. 강정호를 시작으로 김하성, 김혜성까지 그 계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김휘집이 차세대 김하성, 김혜성의 타이틀을 달고자 한다. 그는 “너무 진중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에 앞으로는 넓은 시선과 함께 편하게 야구를 하겠다”고 밝히며 키움 내야진에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