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모임 은폐?' 한화, 3명 중징계 '내막 공개'...왜 지금인가?
2021.07.17 09:23:58

7월 13일 오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방역 관계자가 야구장 시설을 방역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가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들과 만난 선수 3명에게 자체 중징계를 내렸다. 은퇴를 한 선배 선수가 불러서 숙소 내 다른 방에 갔는데, 알고 보니 초면인 외부인 2명이 더 방에 있었다고 한다. 그들과 잠시 술을 마셨고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말았다. 한화는 결국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실시, 최고 수위에 버금가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은폐 행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 구단은 최근 벌어진 이른바 NC 코로나19 원정 술판 사태로 인한 여파를 파악하기 위해 8일부터 15일까지 선수단 전원에 대한 면담과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결국 구단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잠실 원정 기간 묵었던 호텔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이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조사했고, 그 결과 선수들의 '미보고 외부인 접촉' 2건을 파악했다"고 16일 밝혔다.

한화 구단이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억울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먼저 한화는 원정 숙소에서 선수 1명이 외부인과 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으로 파악해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어 나머지 선수 2명이 15일 오후 늦게 알려와 사태를 파악하게 됐다고 구단은 전했다. 한화는 "서울 원정 중(4일 경기 후 5일 새벽) 전직 프로야구 선수 A씨가 호텔에 놀러왔다며 후배인 한화 구단 선수 B와 C를 로비서 한 차례 만난 뒤 '방을 잡았으니 놀러오라'고 해 만남이 성사된 것"이라 밝혔다.

"먼저 선수 B가 선배 A씨의 방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던 중 그곳에 A 씨의 지인 2명(외부인)이 그 방에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수 C는 10분 뒤 A씨의 방에 도착, 20분 간 대화를 나눈 뒤 선배 A씨가 '자신의 또 다른 지인이 온다'는 말에 선수들 모두 자신의 방으로 복귀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선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선수 중 1명은 선배 A씨가 따라준 맥주를 두 모금 가량 마셨다. 또 뒤에 들어온 나머지 한 명은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단은 "B와 C는 A 씨 방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짧았다. 나머지 2명은 초면이어서 누군지 몰랐던 상황이었으나, 최근 일련의 사건을 접하고는 A씨에게 혹시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최근 불거진 사건의 확진자와 동일 인물인지를 몇 차례 확인했다. 처음엔 '모르겠다'고 말한 A씨가 나중에 '동일인물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자 즉시 구단에 해당 사실을 알려온 것"이라 설명했다.


한화 선수단.

 

사실 선수가 경기 후 야구계 선배가 부를 때 찾아가 만남을 가지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구단은 해당 선수들에게 확인한 결과 방역 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화는 현 엄중한 시국에 외부인과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잘못이며 징계 사유라고 봤다. 결국 이들에게 최고 수위와 버금가는 자체 중징계를 내렸다.

한화 구단은 "각각 원정 기간 중 투숙 호텔 내에서 구단 보고 없이 지인을 만난 건"이라면서 "해당 선수들에게 확인한 결과 방역 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단은 이 건을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알렸다. 해당 선수들의 '미보고 외부인 접촉' 건에 대해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어 각각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인 만큼 징계 수위를 밝힐 수는 없으나, 내규 최고 수위를 가까스로 피한 수준의 중징계임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더했다.

끝으로 구단은 "일부 선수들의 안일한 행동으로 한화 이글스와 한국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단은 파악한 사실 관계를 모두 밝히기로 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한화 이글스는 방역 수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 나갈 것이며, 역학 조사 등 감염 방지를 위한 모든 절차에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