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보고 싶다"는 팬 사라졌다... NC·한화·키움 사태에 '싸늘'
2021.07.17 18:50:06

NC 다이노스 선수들. /사진=뉴스1

 

KBO 리그가 아수라장이 됐다. 선수들이 호텔방에서 여성들과 술판을 벌였고, 이것이 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이 남았다. '팬심'이다.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역대 최고로 꼽아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다.

KBO는 16일 "NC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에게 72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NC 구단에는 제재금 1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호텔방에서 한 번의 술자리를 연 것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렀다. 리그가 멈췄고, NC는 주축 선수 4명을 잃었다. NC의 잔여경기가 70경기인데 징계가 72경기다. 박민우는 대표팀에서도 사퇴했다. 여기에 NC는 구단주가 사과문을 냈고, 대표이사가 물러났다. '초토화'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화와 키움에서도 일이 터졌다. 한화에서 2명, 키움에서 2명이 호텔방에서 외부인을 만났다. 심지어 구단 숙소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까지 했다. 그리고 이 외부인이 NC 선수들이 함께 있었던 여성과 동일인이었다.

두 구단은 "백신을 맞은 선수가 있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미보고 외부인 접촉', '숙소 무단이탈 및 음주' 등의 이유로 자체 징계를 내렸다.

혼돈 그 자체다. 많은 팬들이 실망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 단적으로 야구장에서 그 흔한 '치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저녁 시간에 마음대로 술 한 잔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선수들이 호텔방에서 여성과 치맥을 하다가 걸렸다. 허탈하다.


한화 이글스(위)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사진=뉴스1

 

현재 팬심은 차갑기 그지없다. 최초 NC와 두산의 요청으로 리그 중단 논의가 열렸고, 12일 확정됐다. 전반기 조기 종료. 이때도 팬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두산과 NC는 뭇매를 맞았고, KBO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후 판이 커졌다. NC 선수들이 외부인을 숙소로 부른 것이 확인됐고, 여기서 확진까지 됐다. 모든 이슈의 중심에 NC가 섰다. 팬들이 분노한 것은 불문가지다. KBO의 징계까지 나왔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 또 터졌다. 동석한 이가 같은 사람이라니 더 놀랍다. 키움의 경우 2명 중 1명이 한현희였고, 한현희는 17일 대표팀을 사퇴했다. 박민우에 이어 두 번째 자진 사퇴다.

유심히 지켜볼 것은 팬들의 반응이다. '분노'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세부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보인다. 최초 리그 중단 결정 후 13일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야구 언제 다시 보나" 같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팬들끼리 '가상 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후 NC 사태가 터진 후 온도가 변했다. 리그 재개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팬들 입장에서 '경기를 못 보게 만든 NC와 두산에 대한 분노'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야구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다른 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다른 구단이라고 외부인을 숙소에 부르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번 일이 벌어진 호텔을 쓰는 구단이 또 있기도 하다.

'결국 리그가 재개되면 팬들이 다시 야구를 보고, 응원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 KBO는 이미 2~3년 전부터 '위기'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구단과 선수들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재 팬들의 분위기를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