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괜찮을까’ 김경문호 침체된 분위기, 고척돔은 적막했다
2021.07.17 20:23:45

[OSEN=고척,박준형 기자]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1.07.17 / soul1014@osen.co.kr


[OSEN=고척, 이후광 기자] 출항도 하기 전에 잇따른 악재를 겪은 김경문호가 침체된 분위기 속 첫 공식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7일 오후 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첫 훈련을 실시했다.

그 동안 국가대표 첫 소집은 늘 웃음과 즐거움이 넘쳤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소집에 앞서 KBO리그 선수들이 잇따라 방역수칙 위반, 여성과의 사적모임 등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 이는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치며 NC 내야수 박민우와 키움 사이드암투수 한현희가 스스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박민우는 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 한현희는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가대표 사령탑의 첫 마디도 당연히 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첫날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데 야구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야구계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대표팀이 첫 연습을 시작하는 만큼 준비 잘해서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OSEN=고척,박준형 기자]이날 훈련에 앞서 대표팀 선수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1.07.17 / soul1014@osen.co.kr


한현희의 대체선수로 급하게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을 호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 감독은 “야구계가 어려운데 큰 형이 와서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줬으면 하는 마음에 뽑았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어려운 시기 주장을 맡은 김현수는 프로선수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프로선수들이라 스스로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야기를 백번 해도 자기가 지키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다 큰 성인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기합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고 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팀은 고척돔 마운드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한 뒤 본 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워밍업부터 적막감이 흘렀다. 경기장에는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텐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음악도 없었다. 김현수, 양의지 등 베테랑들이 장난을 치며 얼어있는 분위기를 녹이려 했지만, 워밍업 이후 캐치볼 훈련까지 침묵이 계속됐다.


[OSEN=고척,박준형 기자]야구대표팀 야수들이 훈련을 나서고 있다. 21.07.17 / soul1014@osen.co.kr


분위기는 투수들과 내야수들이 함께한 내야 수비 훈련 때부터 조금씩 풀어졌다. 각자 가상의 상황 설명을 위해 처음으로 기합을 냈고, 이의리, 김진욱 등 어린 투수들부터 베테랑 차우찬까지 모두가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3루에 송구 실책을 한 1루수 강백호는 “죄송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무거운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여전히 공기가 무거운 느낌이었다. 훈련은 타격훈련을 끝으로 오후 4시 50분 최종 마무리됐다.

침체된 분위기 속 첫 출항한 김경문호는 오는 23일 라이징스타팀, 25일 키움과의 평가전을 거쳐 29일 이스라엘과 대망의 올림픽 예선라운드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다행히 아직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다.

김경문 감독은 “분위기가 많이 무겁다. 응원도 해주시고 힘들지만 단단하게 마음을 모아서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국민들의 실망감을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