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 자랑한 한화, 깜깜이 징계…왜 제대로 안 밝히나?
2021.07.19 09:10:22

[OSEN=대전, 김성락 기자]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1.06.27 /ksl0919@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깜깜이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상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를 부른 코로나19 확진 사태에 KBO리그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NC 선수 4명이 서울 원정 호텔 방에서 일반 여성 2명과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술판을 벌인 게 발단이다. 그 이후 한화 선수 2명과 키움 선수 2명이 같은 서울 원정 호텔에서 은퇴 선수 1명의 연락을 받고 문제의 외부 여성 2명과 함께 만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16일 구단 입장문을 통해 2~5일 서울 원정 기간 묵었던 호텔에서 소속 선수들과 여성들의 접촉 사실을 인정했다. 이 여성들과 아는 사이였다는 A선수가 지난 4일 저녁 객실에서 따로 만났고, B·C 선수는 5일 새벽 은퇴 선수 D의 연락을 받고 간 객실에서 여성들과 처음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는 지난해 퓨처스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이어 서산시에 자가격리 해제를 요청했던 박정규 전 대표이사가 사임하며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올해 재발 방지를 위해 어느 때보다 엄격히 관리한다고 자부했지만, 선수들은 숙소에서 구단에 보고 없이 외부인과 접촉하며 선수단 내규를 어겼다. 

키움은 수원 원정 중 무단 이탈한 한현희의 이름을 공개한 뒤 또 다른 선수까지 자체 중징계를 예고했다. 한화의 경우 이미 자체 징계를 했다. 한화는 '해당 선수들의 미보고 외부인 접촉 2건에 대해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고 각각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면서도 '자체 징계인 만큼 징계 수위를 밝힐 수 없지만 내규 최고 수위를 가까스로 피한 수준의 중징계임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만 전했다. 

최고 수위를 가까스로 피한 중징계라고 하지만 외부에선 문제의 선수들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출장정지인지, 벌금인지, 징계 기간은 또 어떻게 되는지 팬들은 모른다. 훈련 지각이나 불성실, 사인 미스 같은 자질구레한 선수단 내규를 넘어선 문제인데 징계 내용을 꽁꽁 감추고 있다. 후반기가 시작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 선수들을 쓰기 위함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한화는 이미 자체 징계 건을 여러 차례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부적절한 SNS 댓글로 논란이 된 남지민에게 벌금 500만원을 부과한 사실을 밝혔다. 2019년 3월에는 언론을 통해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용규(키움)에게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로 최고 수위의 처분을 발표했다. 2018년에도 2월에 불법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안승민에게 20경기 출장정지를, 8월에 통장 대여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윤호솔에게 사회봉사 120시간 자체 징계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큰, 리그를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는데 자체 징계를 밝히지 않는다. 지난 8일 먼저 자진 신고한 A선수의 경우 이튿날 1군 엔트리 말소되는 등 징계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수의 경우 자신이 만난 여성들이 다음날 NC 선수들과 술판을 벌였는지 구단에 보고 당시 몰랐고, 5인 이상 모인 것이 아니라 방역 수칙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처음 자체 징계를 내렸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억울할지 몰라도 문제의 여성들이 이 사태의 중심에 있고, 사회적 파장이 확대된 상황에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감추기밖에 되지 않는다. B·C 선수들도 인사만 하고 헤어진 키움 선수들과 접촉이 방역 수칙 위반으로 비화된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의사소통 과정에서 허위 진술 혐의까지 더해져 KBO 차원의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한화는 지난 12일 KBO 이사회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시즌 중단을 반대한 팀 중 하나였다. 박찬혁 한화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원칙론을 펼치며 정공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내규라는 이유로 자체 징계를 밝히지 않는 것이 정공법은 아닐 것이다. 

엄중한 시기에 방역 수칙 위반이 드러나고, 허위 진술 논란까지 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야구계는 팬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남들이 모르는 벌은 벌이라고 할 수 없다. 한화가 책임 있는 프로 구단이라면 이제라도 명명백백하게 선수와 자체 징계 내용을 밝혀야 한다. 선수들의 진심 어린 사죄는 기본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