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에 철저한 선수 많은데 몇몇이.." 키움 수장이 화를 넘어 참담한 이유.txt
2021.08.11 13:36:26

홍원기 감독./사진=뉴스1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 참담하다"

믿음을 저버린 일부 선수들에 대한 홍원기(48)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솔직한 심정이다. 홍 감독이 참담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홍원기 감독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불과 얼마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사과를 드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약속을 드렸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겨 야구계와 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 다시 한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7월 초 발생한 한현희(28)와 안우진(22)의 원정 숙소 무단이탈 및 음주 파동으로 사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9일에는 주전 외야수 송우현(25)이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이은 음주 사건에 키움 선수단 내 해이한 기강은 자연스럽게 도마 위에 올랐다. 음주에 자유로운 분위기인가를 묻는 말이 나왔고 홍원기 감독은 또 한 번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까움에서 나온 표정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재발 방지를 재차 약속하면서도 "자유롭다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몸 관리 때문에 음주에 대해 오히려 철저한 선수들이 많다. 몇몇 선수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많은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팬들의 분노는 당연했지만, 수장인 홍원기 감독의 실망감도 컸다. 홍원기 감독은 7월 KBO의 음주 파동 이후 줄곧 선수들이 프로 선수와 성인 그리고 공인으로서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이 있길 바랐다.

하지만 계속된 선수들의 일탈은 선수들을 향한 신뢰에 회의감을 들게 했다. 홍원기 감독은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서 참담하다. 어제(9일) 종일 많은 생각을 했다. 수장으로서 어디까지 믿음을 주는 것이 맞고, 어디까지 자율을 줘야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예전에 프로 선수로서 공인으로서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 의무감에 대해 얘기한 적 있는데 오늘(10일)은 선수단 훈련에 앞서 이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왼쪽)와 홍원기 감독./사진=OSEN


주장 박병호(35)도 경기 전 감독실을 찾아 선수단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가 팀 주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찾아와 죄송하다고 얘길 하더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선수단 스스로 규칙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나를 비롯한 코치들도 공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다짐했다"고 얘기했다.

회의감이 들었지만 홍원기 감독은 다시 한번 선수들을 믿어본다. 단 믿음을 저버린 선수들에게 관용은 없었다. 앞서 "징계가 너무 약해 발생한 일이 아닐까"라는 질문에 홍원기 감독은 "징계 여부를 떠나 선수단의 마음가짐이 변하기 전에는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하면서도 "면죄부를 줄 생각도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매뉴얼을 통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KBO와 구단으로부터 각각 51경기, 36경기 징계를 받은 한현희와 안우진은 산술적으로 올 시즌 나설 수 있지만, 더는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할 전망이다. 아직 경찰조사가 끝나지 않은 송우현 역시 결과에 상관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홍원기 감독은 "송우현의 경찰 조사 결과도 징계도 아직이지만, 선수 개인의 일탈로 팀과 리그에 폐를 끼쳤기 때문에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올 시즌 구상에서 송우현은 없다고 보시면 된다. 한현희와 안우진도 마찬가지"라고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