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타율 거품이었나' 스트라이크존, 국제 수준으로 넓혀야 한다
2021.08.11 14:48:56

지난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강백호(오른쪽)가 루킹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는 KBO 리그 스트라이크 존을 제대로 손봐야 할 때가 왔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스트라이크 존 적응은 한국 야구 대표팀 타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문제들 중 하나였다. 기록 측면에서 한국은 나쁘지 않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총 7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율은 0.302로 6개 참가 팀들 중 유일하게 3할을 넘겼다. 5경기만 치르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이 0.287로 2위,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건 도미니카공화국이 0.242로 3위, 준우승 팀 미국은 0.236으로 4위였다.

그럼에도 KBO 리그를 지배하는 일부 타자들이 터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무엇보다 무려 타율 0.39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백호(KT)는 이번 대회서 0.308(5삼진)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11-1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던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성적(4타수 4안타)를 제외하면 타율은 0.182로 뚝 떨어진다. 특히 미국과 2경기에서는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또 리그 타율 2위(0.348) 양의지는 7경기서 타율 0.136(22타수 3안타), 오재일은 7경기서 타율 0.211(19타수 4안타)를 각각 마크했다. 오재일은 삼진이 9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았으며, 양의지는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삼진 8개를 당했다.

다양한 국적의 심판들이 경기를 주관하는 올림픽 대회는 구심의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타자들은 유독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KBO 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던 공을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면서 타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국내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훨씬 넓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는 가운데 위쪽 공과 바깥쪽 공을 구심들이 많이 잡아줬다.


5일 한국과 미국의 패자 준결승 야구 경기 4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볼넷으로 판단한 박건우가 심판의 삼진 선언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에서는 안 쳐도 볼로 선언된 공이었는데, 구심들이 후하게 판정하자 자신만의 존을 설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지난 5일 미국전에서는 박건우가 4회 2사 1루서 삼진 콜에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며 항의했다. 박해민과 오지환, 김현수, 오재일, 강백호 등 대부분의 타자들도 바깥쪽 공을 주심이 잡아줄 때마다 움찔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정도로 현 KBO 리그 존과 차이가 컸다.

결국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을 국제 경기 수준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야 투수들도 타자들도 모두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이미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가 끝난 뒤부터 스트라이크 존 수정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잠깐 넓어지는가 싶다가도 시즌이 뒤로 갈수록 다시 좁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리그를 계속 지배했다. 8일 기준 KBO 리그서 올 시즌 3할이 넘는 타자들은 19명이나 된다. 그러나 정작 리그 타율 부문 상위에 있는 타자들이 국제 대회서는 맥을 못 췄다. '우물 안 개구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KBO 리그도 스트라이크 존을 수정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으면 투수들도 던질 곳이 없어진다. 이는 고스란히 투수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제는 투수들의 숨통이 트여야 한다. 또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더라도 결단코 항의 없이 100% 수긍해야 한다. 그래야 리그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