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박효준 유격수 기용, 선배 김하성 섭섭했을 것" 야탑고 김성용 감독의 추억
2021.08.14 20:18:50

 

2013년 청룡기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당시 야탑고 2학년 박효준(왼쪽)과 3학년 김하성. /사진=김성용 감독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박효준(25·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그의 모교 야탑고는 김하성(26·샌디에이고)에 이어 한국인 현역 메이저리거를 2명이나 배출한 학교가 됐다.

야탑고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근처까지 갔던 선수는 더 있다. 2011년 오클랜드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던 김성민(28·전 SK)과 2014년 볼티모어와 계약한 전 KIA 투수 윤석민(35·은퇴)이다. 야탑고 외에도 광주제일고(서재응·최희섭·김병현·강정호), 인천 동산고(류현진·최지만), 부산고(백차승·추신수), 그리고 신일고(봉중근·김현수) 등이 복수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하지만 한 지도자 밑에서 여러 명의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까지 나온 학교는 드물다. 야탑고의 경우 1997년 팀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성용(51) 감독의 작품이다. 야탑고는 오재원(36·두산)과 오재일(35·삼성) 등 다수의 KBO리그 선수도 배출했다.

김 감독은 12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을 언급하자 "야탑고 선수들이 재능이 많고 저마다 열심히 노력해 이룬 결과물이지 내가 한 건 아무 것도 없다"며 겸손해했다.

'공부하는 지도자'로도 유명한 김 감독은 박사학위(체육학)를 소지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청소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고, 2012년에는 아마추어 지도자로는 드물게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오클랜드, 두 구단에서 연수를 받으며 선진야구도 체험했다.

 

김성용 야탑고 감독. /사진=본인 제공

 

다음은 김성용 감독과 일문일답.

- 김하성에 이어 1년 후배 박효준까지 제자가 2명이나 메이저리거가 됐다.

▶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 선수는 재능도 많았고 스스로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그들이 지금은 모두 메이저리그 선수가 돼 대견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거가 될지 예상은 했는지.

▶ 김하성과 박효준 이전에 이들의 선배인 포수 김성민이 오클랜드와 계약하고 미국에 진출했었다. 때문에 선수들에게 나는 항상 꿈을 크게 가지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김하성과 박효준은 지도자들이 개입하지 않아도 선수들 본인이 갖고 있는 정신력이나 체력, 그리고 배움의 자세 등이 좋았다. 때문에 이들의 성공은 예상했었고, 생각보다 빨리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 아닌가. 그래서 그 꿈을 이룬 두 제자가 정말 자랑스럽다.

- 그렇다면 두 선수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봐도 되나.

▶ 물론이다. 두 선수 모두 지금 나이도 20대 중반으로 어리기 때문에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뛰면 뛸수록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피츠버그 박효준. /AFPBBNews=뉴스1

 

- 김하성과 박효준은 고등학교 시절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하다.

▶ 두 선수 모두 열심히 하고 재능이 많은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박효준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형적인 유격수 스타일이었다. 수비의 범위나 능력, 그리고 송구와 스텝까지 유격수가 필요한 모든 것을 지닌 선수였다. 김하성도 고교 시절부터 유격수-3루수-2루수 등 내야의 멀티 포지션을 잘 소화할 만큼 능력이 좋았다. 하지만 감독은 한 명을 선택해야 했고, 1학년 때부터 줄곧 유격수로 뛴 박효준 때문에 김하성 본인은 물론 그의 부모도 섭섭해 했을 것이다.

- 박효준이 전형적인 유격수 스타일이라는 의미는.

▶ 아시아 지역에서 유격수는 수비할 때 두 손으로 가슴에서 공을 잡아야 하고, 송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교과서적인 내용이 있다. 하지만 박효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전형적인 틀을 깨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잘했다. 보수적인 지도자들의 눈에는 혹 건방진 선수로 비쳐질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고 남다른 선수였다는 뜻도 되겠다.

▶ 2012년 봄과 가을에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오클랜드 구단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 때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현장에서 많이 하더라.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선수들을 지도할 때 교과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할 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플레이도 하라고 주문했는데, 박효준이나 김하성이 이를 잘 이해하고 습득하더라. 박효준의 유격수로의 재능과 실력은 정말 좋았다.

 

샌디에이고 김하성. /AFPBBNews=뉴스1

 

-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 아니다. 과찬이다. 나는 운이 좋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연수를 받은 것뿐이고 그곳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었는데 그들이 영리하고 열심히 해 자기들의 실력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크게 한 것이 없다.

- 지도자로서 평소 지키고자 하는 철학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하다.

▶ 1997년에 야탑고 지도자로 출발하면서 초기에는 전국대회 우승 등 눈앞의 성적을 내는 데 급급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도관도 바뀌는 것 같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하고, 그들의 속내를 듣다 보니 당장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미래를 준비해 주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인 걸 깨달았다. 때문에 성적에만 연연해 선수들을 혹사하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하면 프로에 진출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지 등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 그 결과 올해도 4~5명 정도는 무난히 프로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김하성과 박효준, 두 제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두 선수 모두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잘해주고 있어 정말 기쁘고 대견하다. 야구선수도 정해진 루틴을 철저히 잘 지키는 등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두 선수 모두 그런 과정 등을 통해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재능도 많고 아직 나이도 젊으니 지금보다 더 큰 꿈을 품기를 바란다. 유명해질수록 술이나 이성 등 주위에 유혹도 많아진다. 때문에 야구장 밖에서의 삶도 관리를 잘해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