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박효준, 경쟁도 못해보고 신인왕 자격 잃을 처지
2021.08.17 19:50:33

 

박효준. /사진=피츠버그 홍보팀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효준(25·피츠버그)이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박효준은 전 소속팀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지난 7월 17일(한국시간)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대타로 단 1타석만 소화한 채 닷새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후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그는 이달 초부터 내야는 물론 외야 수비까지 병행하며 빅리그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박효준은 현재 메이저리그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50타수 12안타), 2루타 4개, 1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663이다. 17일 LA 다저스전에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바람에 타격 수치가 떨어졌다.

그러나 데릭 쉘튼(51) 피츠버그 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효준은 매우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을 한다. 좌투수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해 앞으로 기록이 향상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가 빅리그 신인으로 자신의 실력을 다 보여주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에 따르면 '투수의 경우 50이닝 미만을 던지거나 타자로는 130타수 미만을 소화하고,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45일 미만 동안 등재됐다면 다음 해에도 신인 자격이 유지된다'고 돼 있다.

피츠버그의 정규시즌이 오는 10월 4일 마무리되는 점과 박효준의 현재 출전 페이스를 감안하면 그의 메이저리그 신인 선수 자격은 올 시즌 종료와 함께 끝날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 박효준. /AFPBBNews=뉴스1

 

우선 박효준은 양키스에서 5일, 피츠버그에서 8월 1일부터 현재까지 17일을 합해 22일간 26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앞으로 9월 9일까지 메이저리그에 남아 있는다면 23일을 더 보태 신인왕 요건인 44일을 넘어서게 된다. 타수 역시 현재 50이므로, 피츠버그의 남은 43경기 중 30경기 정도만 선발 출장해도 90타수 이상이 추가돼 신인 자격인 129타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준이 속한 내셔널리그에서는 신인왕 후보로 트레버 로저스(24·마이애미)와 조너선 인디아(25·신시내티)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빅리그에 데뷔한 투수 로저스는 올 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6패 평균자책점 2.4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작년에는 7경기에서 총 28이닝(1승 2패, 평균자책점 6.11)만을 던져 올해 신인왕 자격을 지니고 있다.

올 4월 빅리그에 오른 2루수 인디아는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 16홈런 55타점, OPS 0.873을 마크 중이다. 1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도 1번타자로 출전해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결국 올 시즌 개막과 함께 빅리그에서 뛴 로저스, 인디아와 비교하면 박효준은 제대로 경쟁도 못해본 채 메이저리그 신인 선수 자격을 잃을 처지가 된 셈이다.

한편 아시아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는 1995년 투수 노모 히데오(LA 다저스)와 2000년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2001년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그리고 2018년 투수이자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있다. 피츠버그 선수로는 외야수 제이슨 베이(43·은퇴)가 유일하다. 그는 2004년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 26홈런 82타점, OPS 0.908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