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못해서…욕먹는 게 당연" 자필 편지 쓴 한화 김범수의 진심.txt
2021.08.18 13:11:01

[OSEN=대전, 김성락 기자] 17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7회초 한화 김범수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1.08.17 /ksl0919@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선수들은 지난달 자필 편지로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 좌완 투수 김범수(26)가 꾹꾹 눌러쓴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팬 분들의 응원이 항상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감사한만큼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야구장 많이 찾아와 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팬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 김범수는 '뭐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겨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전반기 김범수는 33경기에서 3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팀 내 핵심 불펜으로 중용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승부처에서 결승점을 자주 내주며 구원패가 계속 쌓였다. 답답한 나머지 팬들의 비난 화살이 김범수에게 향했다. 

김범수는 그런 팬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못하면 질타를 받는 게 맞다. 제가 워낙 못하다 보니 팬들이 욕을 더 해서라도 (답답함을) 푸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자필 편지에 그렇게 썼다"며 "매년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욕을 먹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김민우와 함께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는 어느 팀에서나 기대가 크다. 2018년부터 1군 주력 투수로 올라섰지만 크고 작은 부상과 제구 문제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올해까지 4년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이다. 


김범수 자필편지


늘 자신감 넘치는 성격의 김범수이지만 올해는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 김범수는 "7패를 당했다. 결과가 안 좋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괜찮다. 끝까지 너를 쓰겠다'고 말해주시는 데도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터닝 포인트는 우연히 찾아왔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0~11일 광주 KIA전에서 2경기 연속 실점으로 결과는 안 좋았지만 투구 세트 포지션에서 '감'을 찾았다. 김범수는 "광주에서부터 세트 포지션에 감이 왔다. 전반기 안 좋았기 때문에 후반기를 앞두고 변화를 줬다. 호세 로사도 코치님과 함께 세트 포지션을 바꾼 뒤 변화구가 잘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15일 대전 NC전에서 이틀 연속 1이닝 무실점 홀드를 거뒀다. 이어 17일 대전 삼성전에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3경기 연속 홀드를 따냈다. 특히 이날 삼성전은 7회부터 김상수-박해민-구자욱-호세 피렐라-오재일까지 5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위력을 과시했다. 최고 150km 직구에 141km 고속 슬라이더까지 던지며 연신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김범수는 "5타자 연속 삼진, 3경기 연속 홀드 모두 야구하면서 처음 해봤다. 변화를 준 세트 포지션이 맞아떨어지면서 자신감이 살아났다. 딱 한 포인트 바뀌었는데 좋아졌다. 그게 야구인 것 같다"며 "이제 (2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다. 경험을 쌓는 것보다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좋은 감을 잘 유지해 후반기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광주,박준형 기자] 7회말 2사 만루 한화 김범수가 공을 던지고 있다.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