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의 '한쪽 날개'가 꺾였다... 꽤 심각한 '숙제'다
2021.08.18 18:55:54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AFPBBNews=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 2021시즌 의외로 애를 먹고 있다. 여전히 잘해주고는 있는데 특유의 '안정감'이 조금은 사라진 모양새다. 지표들이 떨어졌다. 날개 한쪽이 꺾인 것이 아프다.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133이닝을 소화하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중이다. 웬만한 투수라면 '잘한다' 소리가 당연히 나올 성적. 그러나 류현진이기에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진다.

일단 평균자책점이 3점대다. 그것도 3점대 후반이다. 류현진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은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어깨 및 팔꿈치 등 부상에서 돌아온 시즌이었고, 풀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1.97-2.32-2.69를 마크했다. 2019년에는 사이영상 2위, 2020년에는 사이영상 3위에 오르는 등 특급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대비 평균자책점이 1.03 상승했다. '폭등'이라 할만하다. 2019년과 비교하면 1.40이나 높다.

주요 원인으로 체인지업이 꼽힌다. 류현진을 대표하는 구종이지만, 올 시즌은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커터-체인지업 '양 날개'를 통해 상대 타자를 제압했다. 한쪽이 꺾였다. 쉽지 않은 이유다.

팬그래프닷컴 기준으로 류현진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는 2019년 22.2를 찍었다. 데뷔 후 가장 높았다. 최고로 꼽혔던 2013년(20.1)보다 높은 수치. 2020년 다소 하락했으나 그래도 7.0이었다. 올해는 -1.4다.

커터가 2020년 4.9에 이어 올해도 4.1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체인지업의 구위 하락이 류현진의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AFPBBNews=뉴스1

 

스탯캐스트를 봐도 마찬가지다. 구종의 가치를 볼 수 있는 'Run Value'라는 지표가 있다. 쉽게 말해 해당 구종으로 몇 점을 막았는지 혹은 몇 점을 더 내줬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50타석 이상 상대한 투수들을 봤을 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2019년 -24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으로 24점을 덜 줬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2위였다. 2020년에는 -7로 떨어졌다. 그래도 빅 리그 전체 7위로 여전히 위력이 있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1이다. 막는게 아니라 오히려 점수를 더 주고 있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전체 72위. 강력한 두 가지 무기 가운데 하나가 막힌 것이다.

체인지업이 제대로 안 먹히니 탈삼진도 줄었다. 류현진의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2.28개에서 올해 1.89개로 감소했다. 이쪽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9이닝당 탈삼진이 9.67개에서 7.17개로 2개 이상 빠졌다. 체인지업의 경우 지난해 315개를 던져 22개의 탈삼진이 나왔다. 올해는 탈삼진이 20개인데 535개나 던졌다.

전체로 봤을 때 106탈삼진-28볼넷으로, 비율은 3.79다. 여전히 좋다. 볼넷이 적고, 탈삼진이 많으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4.24에 못 미친다. 2019년 6.79와 비교하면 더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도 11승에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부분이다. 어느 한쪽이 안 좋다고 무너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봤을 때 체인지업 구위 회복이라는 숙제는 안고 있다. '에이스'의 역할을 위해서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