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말려야 했다고..." 고향 컴백 6년, 뒤늦은 효도의 승리
2021.08.19 13:06:18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부모님은 롯데로 옮긴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아하셨다. 그런데 나중에는 말려야 했다고 하시더라.”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영환(29)이 고향팀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나온 최영환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을 받았다. 데뷔 시즌 50경기 출장해 1승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7.10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시즌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고 시즌이 끝나가던 시점인 9월과 10월, 각각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수술을 연달아 받았다. 사실상 2016시즌 최영환의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 한화는 이 해 시즌이 끝나고 그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방출과 동의어이기도 했지만 한화는 최영환에게 육성선수를 제의해 재활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영환은 불안정한 신분에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최영환이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이후 재활 및 정식선수 계약을 제안했다. 고향팀의 제안이었고 최영환을 이를 받아들였다. 한화로서도 충격이었지만 최영환으로서는 안정적인 상황을 원했기에 고향팀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재활을 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제 다시 고향에서 날개를 펼치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8년까지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2019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활약했지만 1군과 2군을 오가야만 했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21경기 등판하는데 그쳤고 입지가 탄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롯데로 이적하는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던 순간들이었다. 가족들은 일단 최영환의 롯데행을 원했다.

최영환은 “한화에 있었을 때 기회를 많이 받았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제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다. 롯데로 올 때 부모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셨다”라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들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자 부모님은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1,2군을 계속 오가면서 오히려 걱정을 하셨다. (이적을) 말려야 했는데 괜히 그런 것 같다고 하시기도 했다. 이제는 경기에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연락을 안하신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진] 한화 시절 최영환 /OSEN DB


하지만 지난 18일을 끝으로 최영환도, 가족들도 마음고생을 덜어낼 수 있을 듯 하다. 최영환은 18일 사직 키움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롯데 이적 이후 첫 승,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최영환은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오늘을 계기로 다시 잘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이 아마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바로 전화를 드릴 것”이라며 고향 컴백 이후 꽃길이 펼쳐지고 부모님의 근심도 덜어지기를 바랐다.

대신, 최영환은 이러한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중계방송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얘기에 감정이 북받칠 수도 있었지만 ‘본보기’가 있었기에 진정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고. 그는 “(나)균안이가 지난 번에 첫 승을 했을때 부모님 얘기를 꺼내니까 울더라. 그래서 부모님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터뷰를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점은 몸쪽 승부와 완급조절이었다. 두 가지가 주효하면서 1군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그는 “2군에서 강영식 코치님과 몸쪽 승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코치님께서 몸쪽 직구는 단순히 코스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많이 연습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빠른 승부를 하면서 커브를 연마하고 구사하면서 완급조절을 했다. 완급조절로 타자들이 힘들어하는 구나를 많이 느꼈다”라고 스스로 발전한 점을 언급했다.

완벽한 선발 연착륙을 위해서 거창해지지 않으려는 최영환이다. 그는 “지금처럼 준비를 잘 하고 잘 쉬고, 잘 먹고 하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