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메츠, 선수들이 '팬 비하' 세리머니…분노한 사장 "용납 못해"
2021.08.31 01:49:21

[사진] 하비에르 바레즈 2021.08.30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지금 메이저리그에선 어느 팀 팬들이 가장 고통받을까. 19연패까지 당하며 꼴찌로 추락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들도 불운하지만 속터지는 것으로 따지면 뉴욕 메츠 팬들이 아닐까 싶다. 홈관중들의 야유에 메츠 선수들은 엄지손가락을 내리는 세리머니로 맞섰다. 

메츠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시티필드 홈구장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전을 9-4로 이겼다. 모처렴 연승에 성공한 메츠이지만 팬을 비하한 세리머니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4회 투런 홈런을 터뜨린 메츠 하비에르 바에즈는 홈을 밟은 뒤 양손의 엄지를 아래로 내리는 세리머니를 취했다. 프란시스코 린도어도 8회를 2루타를 친고 난 뒤 같은 포즈를 취했다. 

경기 후 바에즈는 이 세리머니에 대해 "팬들의 야유에 답하는 방식이었다"면서 "우리는 못할 때 야유를 받는다. 잘하면 팬들이 야유를 받는 것이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한마디로 팬들을 비하하는 의도의 세리머니였다. 

뉴욕 팬들은 극성 맞기로 유명하다. 메츠가 8월 들어 8승19패(승률 .296)로 부진하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에서 3위로 추락하자 팬심이 들끓었다. 홈경기 때도 실망스런 플레이가 나오면 선수들에게 야유가 쏟아진다. 지난 2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루이스 로하스 메츠 감독을 향해 "해고하라"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바에즈를 비롯한 일부 메츠 선수들이 '엄지 내리기'로 맞섰다. 바에즈는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타석에 10번 들어서면 7번 아웃을 당한다. 그때마다 야유받으면 힘들다. 선수가 느끼는 기분이 어떤지 알려주고 싶었다"며 "우린 팬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뛰지만 야유는 팀에 큰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사진] 프란시스코 린도어 2021.08.30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유 강도가 세긴 했지만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선수가 해선 안 될 행동이다. 특히 바에즈를 따라 엄지를 내린 린도어는 메츠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4월 메츠와 10년 총액 3억4100만 달러(약 3980억원)짜리 초대형 연장 계약을 체결한 린도어는 올해 93경기 타율 2할2푼4리 11홈런 OPS .686으로 부진하다. 

메츠 구단은 곧장 수습에 나섰다. 샌디 앨더슨 메츠 회장은 성명을 통해 "바에즈의 발언과 비슷한 의도를 가진 다른 선수들의 제스처는 어떻게도 용납될 수 없다. 최근 팀의 부진에 팬들이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선수들과 구단도 좌절하고 있지만 팬들은 실망감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츠는 프로답지 못하거나 팬들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선수들의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겠다. 이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선수들, 스태프들을 만날 것이다"며 "팬들은 충성심 있고, 열정적이며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표현할 의지도 있다"고 팬심을 달랬다. 

로하스 감독도 "바에즈의 발언은 그가 뉴욕 시장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감싼 뒤 "팬들은 야구를 잘 알고, 매우 열정적이다. 선수들과 감독에게 최고를 요구한다. 우리는 팬들에게 승리를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팬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반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사진] 4회 홈런을 친 바에즈가 린도어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1.08.30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