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으로 이사했을 뿐인데…3년만에 거포 본능 깨어났다
2021.09.07 16:45:37

[OSEN=고척, 지형준 기자]2회초 1사에서 두산 양석환이 동점 솔로포를 날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1.08.15 /jpnews@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옆집 이사 효과가 이렇게 클 줄 예상이나 했을까. LG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기며 마침내 거포 본능을 되찾은 양석환이다.

신일고-동국대 출신의 양석환은 2014년 LG 입단(2차 3라운드) 때부터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데뷔 3년차인 2017년 첫 두자릿수 홈런(14개)에 이어 2018년 140경기 타율 2할6푼3리 22홈런 장타율 4할5푼5리를 남기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전역 후 지난해 40경기 타율 2할4푼6리 3홈런 13타점의 부진을 겪었다. 장타력 실종과 함께 팀 내 입지가 점점 좁아졌고, 결국 지난 3월 25일 투수가 필요했던 LG가 결단을 내리며 함덕주, 채지선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남호와 함께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양석환에게 트레이드는 야구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두산 이적과 함께 곧바로 5번-1루수를 꿰차며 96경기 타율 2할9푼1리 23홈런 69타점 장타율 5할2푼6리로 화려하게 비상한 것. 두산은 최주환, 오재일의 FA 이적으로 클린업트리오 약화가 불가피했지만, 양석환의 가세로 걱정을 말끔히 지웠다.

양석환은 지난 4~5일 대구 삼성 2연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발휘했다. 4일 8회 3점홈런에 이어 5일 1회 2점홈런, 그리고 3회 다시 2점홈런을 쏘아 올리며 KBO리그 역대 56호, 시즌 2호이자 개인 첫 번째 3연타석 홈런을 완성했다. 2018년 22홈런을 넘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하루이기도 했다. 양석환은 이날 홈런 두 방을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맹타로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양석환은 거포 본능과 더불어 부상 없이 우직하게 타석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두산 야수 가운데 전 경기(96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양석환 뿐. 그만큼 활약이 꾸준하고 자기관리 역시 철저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최정(SSG), 나성범(NC), 호세 피렐라(삼성), 양의지(NC) 등 쟁쟁한 장타자들과 함께 홈런왕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팀 내에서도 홈런과 장타율 1위, 타점 2위, 득점 공동 3위, 타율 5위 등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을 독식 중이다.

두산에서 자리를 잡은 양석환의 시선은 이제 거포의 상징인 30홈런-100타점으로 향한다. 시즌이 48경기 남은 가운데 홈런 7개, 타점 31개를 추가하면 진정한 거포로 거듭날 수 있는 상황. 양석환은 시즌에 앞서 생애 첫 144경기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44경기, 30홈런, 100타점 모두 달성하지 못할 기록도 아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