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버텼는지…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절망 속에서 첫 10승까지
2021.09.07 16:57:08

[OSEN=대전, 이대선 기자]4회초 2사에서 한화 김민우가 KIA 최형우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2021.09.04 /sunday@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어떻게 버텼는지…기억도 안 나네요."

김민우(25)는 지난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되며 '오른손 류현진'으로 불렸다. 데뷔 첫 해부터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며 36경기 70이닝을 던졌다. 2년차 시즌이었던 2016년에는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막 한 달이 지나 시련이 찾아왔다. 5경기 만에 어깨 관절와순 진단을 받아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것. 단순한 부상이 아니라 투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부위였다. 

그해 5월 일본 요코하마 병원에서 김민우의 어깨 상태를 본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21세 투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 수술 대신 재활을 결정했지만 언제 다시 공을 던질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숙소 근처에 있던 요코하마 야구장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기약 없는 재활의 시간은 1년 넘게 이어졌지만 김민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1년 반의 시간이 흘러 2017년 9월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성장통이 있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팀의 토종 에이스로 성장했다. 올해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발탁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5년 전 아픈 기억이 있는 요코하마 구장을 다시 찾았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1회초 무사에서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가 역투하고 있다. 2021.09.04 /sunday@osen.co.kr


김민우는 "병원 진료 겸 재활 치료를 위해 요코하마를 찾았었다. 진료와 치료 시간을 빼면 시간이 많아 남아서 야구장 옆을 혼자 산책하곤 했다"며 "(올림픽 기간에) 야구장 밖을 걸어다녔으면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버스를 타고 선수촌과 야구장만 오갔다. 감회를 느낄 틈도 없었다. 그냥 여기서 공을 던지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5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김민우에겐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시간이다.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 좀 많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그때 무슨 기분이었는지도 잊어먹었다. 어떻게 버텼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김민우의 말이다. 

시련을 극복한 김민우는 조금씩 꾸준히 성장했다. 2018~2019년 2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지만 한용덕 감독은 김민우에게 선발 기회를 계속 줬다. 지난해 마침내 150km 강속구를 찾으며 주축 선발로 도약했다. 부상 경력이 있는 그를 구단에서도 세심하게 다뤘다. 지난해 감독대행이었던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132⅔이닝으로 김민우의 시즌을 2주 먼저 종료시켰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최근 3연패에서 탈출한 10위 한화는 37승60패4무를 마크, 3연패에 빠진 9위 KIA(37승52패4무)와 격차를 4경기로 좁혔다.8회초 2사 1,2루에서 한화 김민우가 마운드를 내려가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1.09.04 /sunday@osen.co.kr


올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믿음 속에 개막전 선발로 시작한 김민우는 주무기 포크볼에 슬라이더를 장착해 한층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지난겨울 결혼을 하면서 아내의 특급 내조까지 받았다. 체중 관리를 위해 건강식을 제공한 아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김민우는 입단 7년차에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한화 팀에도 경사다. 국내 투수로는 2015년 안영명(10승) 이후 6년 만에 10승 투수가 탄생했다. "10승을 하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은 것 같다"는 김민우는 "다른 걸 떠나 투수에게 10승은 상징이다. 그런 상징성이 생기게 돼 좋다"며 "성적이 잘 났다 다음해 고꾸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앞으로 몇 년은 10승을 하고 싶다. 3년 이상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웃어보였다.

절망 속에서 첫 10승까지, 김민우에겐 희로애락이 담긴 미소였다. /waw@osen.co.kr

 

[OSEN=대전, 이대선 기자] 경기 종료 후 한화 김민우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