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들었다 놨다... '좌충우돌' 유격수에 콧수염 1선발도 외마디 비명
2021.09.08 22:15:16

 

다니엘 멩덴이 8일 수원 KT위즈파크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26)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팀을 들었다 놨다.

KIA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5-5 무승부를 거뒀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1승이 아쉬운 KIA로서는 아쉬운 결과. 경기 중반까지 5-1로 앞서고 있어 더욱 그랬다.

선발 다니엘 멩덴(28)은 5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5실점(3자책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달성에 실패했다. 김선빈과 프레스턴 터커가 각각 3안타를 기록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까지 들어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날 박찬호의 활약에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취점은 KT의 몫이었다. 1회말 1사에서 황재균은 멩덴의 6구째 시속 147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비거리 115m의 좌월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황재균의 시즌 10호 홈런.

그러나 곧바로 KIA의 반격이 시작됐다. 2회초 류지혁이 데스파이네의 공 8개를 골라낸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고, 프레스턴 터커도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김민식의 땅볼로 잠시 흐름이 끊겼지만, 이창진이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여기서 박찬호의 중전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박찬호는 올해 KT위즈파크에서 타율 0.364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최원준을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아내며 잘 처리하나 싶더니 김선빈의 1루수 강습 타구 때 추가 실점했다. 강백호는 자신을 강타하는 공을 막는 데까진 좋았지만, 데스파이네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뒤이어 김태진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뽑아내면서 데스파이네를 강판시켰다. 이날 삼진 없이 1⅔이닝 5피안타 2사사구 4실점을 기록한 데스파이네는 KBO리그 데뷔 후 선발 최소 이닝을 소화했다.

 

박찬호가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회초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사진=KIA 타이거즈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경기는 5회 다시 요동쳤다. 5회초 KIA가 2사 상황에서 류지현, 터커의 연속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고 김민식이 중전 1타점 적시타로 5-1을 만들었다.

5회말에는 KIA 내야진이 멩덴을 힘들게 했다. 허도환의 내야 땅볼 타구를 3루수 김태진이 한 번에 잡아내지 못했다. 뒤이어 심우준의 땅볼 타구에는 유격수 박찬호가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렸다. 멩덴도 연이은 실책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후 멩덴은 조용호에게 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황재균과 강백호가 연거푸 외야로 공을 보내면서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냈다.

KIA의 불안했던 2점 차 리드는 6회말 오윤석의 한 방에 무너졌다. 선두 타자 배정대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상황에서 오윤석은 멩덴의 3구째 시속 135km 커터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오윤석의 시즌 4호 홈런.

이후 허도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멩덴은 5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5실점(3자책점)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박찬호의 아쉬운 수비는 끝이 아니었다. 7회말 황재균의 타석에서도 평범한 땅볼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박찬호가 살려보낸 황재균은 유한준의 볼넷에 2루, 2루에서 3루까지 도루에 성공했다. KIA는 위기를 막기 위해 장현식까지 투입해야 했다.

8회말 수비에서는 부담감이 역력해 보였다. 2사 상황에서 심우준이 2루 베이스를 스치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포구에 성공했으나, 박찬호는 글러브 안에서 공을 두 차례 다시 잡아 1루로 송구했다. 그 사이 심우준은 1루에 안착했다. 박찬호로서는 다행히 황재균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평소 박찬호에 대한 평가는 타격은 아쉽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