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관광→올해 아이 임신’ 외인의 감격, "많이 창피했다..아내와 극복"
2021.09.09 10:31:57

 

[OSEN=이대선 기자] 한화 닉 킹험 /sunday@osen.co.kr


[OSEN=창원, 이상학 기자] 한화 외국인 투수 닉 킹험(30)의 아내 로건은 최근 첫 아이를 임신했다. 두 사람 사이에 새 생명이 한국에서 잉태됐다. 아버지가 될 날을 기다리는 킹험의 투구도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킹험은 8일 창원 NC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 8회 김기환에게 데뷔 첫 홈런을 허용하며 무실점 행진이 깨졌지만 7이닝을 93개 공으로 막으며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10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한화의 3-1 승리를 견인하며 시즌 8승(5패)째를 거둔 킹험은 평균자책점도 3.16에서 3.02로 낮췄다.

지난 5월 중순 광배근 부상으로 한 달 조금 넘게 재활한 킹험은 6월말 복귀 후 2경기 동안 투구수를 늘리는 빌드업 과정을 거쳤다. 7월부터 선발투수로 정상 가동된 뒤 7경기 모두 6이닝 이상 던지고 있다. 이 기간 4승1패 평균자책점 1.84로 리그 정상급 성적. 어느덧 시즌 10승에 가까워지면서 2점대 평균자책점 진입도 눈앞에 왔다. 규정이닝에 8⅔이닝이 모자라지만 시즌 막바지 충족도 가능한 페이스다.  

NC전을 마친 후 킹험은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좋은 투구였다.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다. 운 좋게 삼진도 많이 잡았다"며 "광배근 부상을 당했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부상 주변 부위를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치유했고, 그렇게 단련한 것이 지금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킹험의 호투 요인으로 늘 제구력을 꼽는다. 이날 NC전에서 총 투구수 93개 중 73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원하는 곳에 제구가 잘 이뤄졌다. 아프지만 않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투수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킹험은 "투구 메카닉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다. 공을 던질 때 스스로 팔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안다. 덕분에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쉽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진] 킹험과 그의 아내 로건이 태아 사진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닉 킹험 SNS


그런 킹험이 지난해는 한국에서 쓴맛을 봤다. SK(현 SSG)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팔꿈치 부상 때문에 2경기 만에 불명예 퇴출됐다. '의료 관광'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이미지도 나빠졌다. 지난해 11월 한화와 깜짝 계약하며 KBO리그에 복귀했을 때도 기대보다 걱정과 의문의 시선이 더 컸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한화의 모험은 통했다. 명예 회복에 성공한 킹험에겐 첫 아이가 임신하는 경사도 일어났다. 

킹험은 "(출산 예정일 내년 3월이라) 출산은 한국에서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미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며 웃은 뒤 "아내에게 받는 응원이 항상 큰 힘이 된다. 아내가 없었으면 지금 한국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부상으로 2경기 만에 퇴출된) 지난해 결과가 좋지 않아 자존감이 낮아지고, 많이 창피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아내가 함께해주며 극복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시즌 중후반으로 향하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킹험은 "똑같은 야구이지만 여기저기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다. 오늘 8회 (김기환에게) 맞은 홈런을 보면 알겠지만 절대 쉬운 리그가 아니다. 하지만 야구를 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이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10승에도 2승만 남겨둔 킹험은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고, 수비가 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성적을 내는 데에는 늘 동료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며 "남은 시즌 7~8번 정도 등판할 것 같은데 동료들이 도와주면 2승 이상은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만약 킹험이 지금 페이스대로 시즌 10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까지 찍는다면 한화 외국인 투수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된다. 지난해까지 한화의 외국인 10승 투수는 총 6명으로 7차례 기록했지만 모두 3~4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2019년 11승을 거둔 채드벨의 3.50이 가장 낮은 기록이다. /waw@osen.co.kr


[OSEN=박준형 기자] 한화 킹험이 호수비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