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정후 마주한 감독 "이리 바로 올 줄은..."
2021.09.10 16:49:53

 

이정후(가운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소 짓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서산에서 올라오는 건 알았는데 고척으로 바로 올 줄은 몰랐죠. 고양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홍원기(46)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전날(9일) 서산에서 막 올라온 이정후(23)와 고척스카이돔 복도에서 마주친 소감을 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선발은 에릭 요키시(32)가 나서며, 이용규(우익수)-윌 크레익(지명타자)-이정후(중견수)-박병호(1루수)-송성문(3루수)-박동원(포수)-김혜성(2루수)-김주형(유격수)-변상권(좌익수)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이정후는 지난달 17일 오른쪽 옆구리 부상 이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이정후의 1군 엔트리 등록은 10일이었으나, 선수의 강력한 의지로 1군 등록이 하루 앞서 이뤄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홍원기 감독은 "전날 경기 전 감독 인터뷰가 끝나고 서산에서 올라온 이정후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본인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걱정은 됐지만) 2주 가까이 쉬었으니 하루 정도는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1군 등록 직전까지도 이정후를 섣불리 올릴 생각이 없었다. 홍 감독은 "본인은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조심스러웠다. 괜히 급하게 썼다가 안 좋아지면 후반기 운영에 차질이 있을까 염려됐다"고 말했다.

감독의 걱정이 기우로 보일 정도로 이정후는 1군 엔트리에 합류하자마자 열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날 방송 중계 화면에는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장갑을 착용하고 배트를 어루만지는 이정후의 모습이 숱하게 잡혔다.

특히 답답한 흐름을 보이다 기회를 잡은 7, 8회에는 더욱 그랬다. 박병호의 홈런으로 3-3으로 동점을 만든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는 홍원기 감독도 고심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웅빈과 이정후 두 사람 중 누구를 대타로 쓸까 고민했다. 주자 2루 상황이라면 이정후를 낼까 생각했는데 (변상권의 3루타로) 주자 3루가 만들어져 김웅빈을 선택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이정후가 오전에 세 타석을 소화하고 왔지만, 무리가 올까 봐 걱정했다. 지금도 이정후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날 상황을 떠올렸다.

이정후가 돌아오면서 키움의 타선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전 외야수가 없어 외야로 출전했던 크레익은 이제 1루에서 더 많은 모습을 보이게 됐다. 홍원기 감독은 "크레익이 외야로 나가는 빈도는 줄어들 것이다.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영입한 선수인 만큼 일단은 외야 수비를 적게 내보내는 것이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어 "크레익은 메이저에서도 1루를 봤고, 포구와 송구에서도 손색이 없다. 당분간은 크레익, 박병호, 박동원이 지명타자를 번갈아 뛸 것이다. 세 선수를 유기적으로 쓰는 것이 우리 팀에는 가장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